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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3권’ 찾기 나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

‘노동 3권’ 찾기 나선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

입력 2017-07-26 09:27
업데이트 2017-07-2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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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 미군기지 이전으로 대량 해고 위기감…“헌법에 부합하는 노동규정 필요”

“한국과 미국 어느 쪽 노동법의 보호도 못 받았지만 해고되지는 않는다는 믿음만으로 살아왔는데, 이제는 일자리 자체를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는 6·25 전쟁 정전 직후 주한미군이 주둔하며 탄생했다. 높은 급여와 미군 부대 내에서 누리는 각종 혜택 덕분에 선망의 직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전 64주년인 27일을 앞두고 이들은 위태롭다. 평택 미군기지 이전을 앞두고 대량 해고의 위기감까지 느끼는 이들은 이제라도 노동자의 기본 권리를 찾자며 움직이고 있다.

전국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노동 삼권 보장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종 집회와 국회 기자회견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들은 탄생 직후부터 지금까지 60여년간 노동 3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헌법 대신 소파(주한미군지위협정·SOFA)의 ‘주한미군 인사규정’ 적용을 받는다.

주한미군 인사 규정상 모든 노사 간 분쟁의 칼자루는 고용주 측인 미군이 가지고 있다. 형식상 노동조합 설립과 노사 협의가 있긴 하지만, 근로자의 요구를 주한미군이 일방적으로 거절할 수 있어서 사실상 없다고 볼 수 있다.

해고는 더욱 간단하다. 미군 측이 해고 6개월 전에 통보(notice)만 하면 된다.

근로자들이 부당함을 호소해왔지만, 한국 정부의 무관심과 미군 측의 무시로 번번이 묵살됐다. 부당한 부서 이동지시나 해고가 종종 있었지만, 그동안은 고용 보장이 비교적 잘 되는 편이라 근로자들은 참고 견뎠다.

하지만 평택 미군기지 이주가 결정되며 근로자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특히 시설관리와 기지 내 각종 서비스업 종사자 같은 지원부서 종사자들의 위기감이 크다. 용산, 의정부, 파주, 동두천 등지에 흩어져 있던 미군기지가 평택 기지로 통합되면 지원부서가 통폐합 1순위기 때문이다.

노조 관계자는 “복수의 부대가 하나로 통합되면 지원부서는 통폐합될 수 밖에 없는데, 10명 규모 2개 부서가 통합되면 12명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는 해고하는 것이 미군 측의 관례”라고 설명했다.

전체 주한미군 근로자 5천여명 중 구조조정 지원부서 직원은 약 40%로, 노조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이 해고 등 구조조정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자녀를 키우는 가장이며, 평생 미군 기지에서만 일해와 해고 후 대책이 막막하다.

위기감을 느낀 근로자들은 지난해 5월 용산에서 궐기대회를 여는 등 목소리를 냈다. 미군 측도 이에 대해 “한국인 근로자들은 주한미군의 동반자”라며 수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실제 고용 보장 대책은 물론, 이주 계획과 인력 편성 등에 대한 언급은 여전히 하지 않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결국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노동자로서 권리가 없기 때문에 미군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며 “한국과 미국 어느 쪽의 노동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알리고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굳건한 한미 동맹을 위해서 한미 양측의 다리 역할을 하는 한국인 근로자의 역할이 변함없이 중요하다”며 “한-미가 정말 함께 가기 위해서 새 정부가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주한미군 평택기지 이전 사업은 미군의 주둔기지 재배치 전략과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와 경기북부 지역에 주둔한 미 2사단을 평택 험프리 기지로 이전하는 사업이다.

지난 11일 용산에 주둔하던 미 8군 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하며 ‘평택시대’의 시작을 알렸고, 경기북부에 주둔한 2사단 전력과 시설도 일부는 이동했으며, 남은 전력들도 순차적으로 평택에 이전될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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