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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작 소재는 ‘인삼’… 땅·순환·환경 다룰 겁니다”

“차기작 소재는 ‘인삼’… 땅·순환·환경 다룰 겁니다”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7-24 17:32
업데이트 2017-07-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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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

“저는 그렇게 자신감이 있는 작가가 아니에요. 그래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간이 살아가는 목적은 무엇인지 작품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물론 답은 평생 찾아가야 하겠죠.”

깊이 있는 그림에 성찰적인 이야기를 담는 크레이그 톰슨(42)은 ‘만화가의 만화가’이자 ‘젊은 거장’이다. 2003년 자전적인 이야기를 녹인 그래픽 노블 ‘담요’가 미국 주간지 ‘타임’이 꼽은 최고의 만화에 선정되고 하비상, 아이스너상, 이그나츠상 등 미국 만화계의 권위 있는 상들을 휩쓸었다. 국내에도 작품 대부분이 출간됐을 정도로 독자층이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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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크레이그 톰슨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
●미국 만화계 권위 있는 상 휩쓴 거장

지난 23일 폐막한 제20회 부천국제만화축제의 초청으로 한국에 처음 왔다. 만화가의 빛나는 20대 청춘을 조명한 주제전에 데뷔작 ‘안녕, 청키 라이스’(1999)를 준비할 당시에 그린 스케치 등을 전시했다. “만화가가 된 지 어느새 20년이 흘렀네요. 이번 축제가 20회라 반갑더라고요. 20대는 그런 것 같아요, 젊은 아티스트로서는 고통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한편으론, 순수함을 간직한 시기예요. 40대가 되어 보니 그때의 순수함과 열정들이 다소 퇴색하고 창작에 몰두하지 못한 채 상대적으로 영감을 받기가 힘들어진 점이 아쉽네요.”

‘담요’에 나오는 것처럼 학교에서는 따돌림당하고, 엄격한 기독교 가정에서 훈육되며 쉽지 않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그는 “학교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 고립된 채 나만 이상한 존재라고 느낄 때가 많겠지만 더 큰 세상에 나가면 자신과 비슷하고 공유할 부분이 많은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만화가 대세인 요즘, 그는 아날로그를 고집한다. 만화가라는 직업을 수제화를 만드는 장인에 비유하기도 했다. 내년 초 국내 출간 예정인 ‘스페이스 덤플린’(2015)에서 어린이 독자를 감안해 컬러 만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원체 흑백(모노크롬)을 선호한다. “종이에 인디언 잉크(서양 먹물)와 붓으로 그리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모노크롬이 더 친근하게 이야기를 전달한다고 생각해요. 만화 속 글도 직접 손글씨로 적어 넣는데, 작가의 색깔을 보다 잘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한국서 처음 접한 웹툰 플랫폼 매력”

한국에 와서 처음 접한 웹툰은 매력적인 플랫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책이나 잡지 독자가 줄고 있어 웹툰을 통해 만화 독자를 형성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영화도 스마트폰으로 보는 세상이라 디지털화한 만화도 필요하겠지만, 그것만 있어서는 안 되고 전통적인 방식의 종이 만화까지 두 가지 포맷이 공존해야 합니다.”

동양의 수묵화에서 영감을 찾고 있다는 그는 차기 프로젝트가 인삼에 대한 이야기라고 언급해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유년 시절을 보낸 위스콘신주의 농부들이 인삼 경작을 한 적이 있어 익숙하다고 했다. 한국에 온 김에 인삼에 대한 자료를 더 찾아볼 예정이라고. “인삼을 소재로 땅과 자연, 농경과 순환 등을 다룰 거예요”

스케치 형식의 여행기를 제외하면 지난 20년간 내놓은 작품은 불과 네 편. 정말 과작(寡作)이다. ‘담요’에서 ‘하비비’까지 무려 8년이 걸리기도 했다. 차기작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지난 2년간 홍보 행사도 하고, 여행하고, 이렇게 만화 축제도 다니느라 한 곳에서 진득하게 작업에 몰두하기 힘든 상황이었어요. 9월쯤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해요. 2020년 전에 나오기를 저 또한 바라고 있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2017-07-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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