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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 깨는 이란…신문들 1면에 히잡벗은 여성 수학자 사진

금기 깨는 이란…신문들 1면에 히잡벗은 여성 수학자 사진

입력 2017-07-17 09:36
업데이트 2017-07-1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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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자카니 머리기사 통해 로하니 주도 사회변화의 단면 노출

저명한 여성 수학자의 요절을 계기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이끄는 이란 사회변화의 단면이 포착됐다.

국영 언론사를 포함한 신문들이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이 수학자의 모습을 1면에 게재하며 강압적인 풍속, 사회규범을 거부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신문들은 전날 미국에서 유방암으로 숨진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카니(40)의 소식을 머리기사로 앞다퉈 전했다.

이중 일부 매체는 미르자카니가 이란 여성의 필수품인 히잡을 쓰지 않은 사진을 그대로 실었다.

미르자카니가 오래전 이란을 떠나 체코 출신 남편과 가정을 이루고 줄곧 해외에서 체류하기는 했지만,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자국 여성 사진을 그대로 지면에 싣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란은 한때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거나 화려하게 화장한 여성을 길거리에서 체포해 과태료를 물리는 ‘풍속 단속’을 했을 정도로 보수적인 문화가 있었다.

이란 매체들은 2014년 미르자카니가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을 당시, 그가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편집해 스카프를 쓴 것처럼 꾸미거나 오직 얼굴만 보여주는 그림만 실었다.

그러나 개혁 성향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2013년 집권한 뒤 몇 년 새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이용 확대, 집회·결사의 자유, 남녀평등의 가치를 강조한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미르자카니의 사진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고 탁월한 이란 출신의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카니가 세상을 떠난 것은 통탄할 일”이라며 “몹시 슬프다”고 적었다.

이란에서는 미르자카니의 사망을 계기로 또 다른 금기도 도전을 받고 있다.

이날 몇몇 의원들은 외국인과 결혼한 이란 여성들의 자녀가 이란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이란에서는 과거 이란 여성과 비(非) 무슬림(이슬람교도) 남성의 결혼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자녀가 이란을 방문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60명의 하원의원이 미르카자니의 딸이 이란을 방문할 수 있도록 개정된 법률 안을 통과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전했다.

미르자카니는 1999년 테헤란 샤리프기술대학에서 수학 학사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으로 유학, 2004년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클레이수학연구소 연구원,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2009년부터 스탠퍼드대에서 교수를 지내다 4년 전 암이 발병해 투병해오다 결국 숨을 거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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