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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세정의] 늘어나는 부자 면세자…눈치보는 정부

[위기의 조세정의] 늘어나는 부자 면세자…눈치보는 정부

입력 2017-07-16 10:21
업데이트 2017-07-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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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기준 면세자 비중 46.5%…2년 새 15%p 급증면세자 비율 줄인다더니…새 정부 ‘중장기 과제’로 신중

충분한 소득이 있음에도 다양한 이유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소득 면세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달하지만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조세의 형평성 차원에서 면세자 축소 노력이 절실함에도 자칫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정부가 눈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2015년 근로소득 면세자는 803만4천명으로 전체 납세자의 절반에 가까운 46.5%를 차지한다.

2013년과 비교하면 면세자 수는 297만8천명이나 늘어난 것이고 비율로 봐도 같은 기간 31.0%에서 무려 15.5%포인트(p)나 상승한 것이다.

근로소득의 면세자 비율이 급증한 이유는 과표가 되는 소득을 줄여주는 소득공제 항목이 최종 세액을 깎아주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2014년 대거 전환됐기 때문이다.

2013∼2015년간 소득구간별로 면세자 비중 변화를 보면 총급여 1천만∼1천500만원 구간의 면세자 비중이 48.7%p(37.6%→86.3%)나 상승해 가장 컸고 3천만∼4천만원 구간이 25.7%p(4.6%→30.3%)로 뒤를 이었다.

총급여 1천만∼1천500만원 구간은 정책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해주는 면세점(1천만원 이하) 수준의 저소득층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면세는 문제가 될 소지가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총급여 3천만∼4천만원인 면세자 비중이 급증한 것은 충분한 소득이 있음에도 전혀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뜻일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정책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총급여가 1억원이 넘는 면세자도 1천477명에 달했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는 국내 기업의 외국 지사 등에 파견된 주재원들로 외국 정부에 납부한 세금만큼 한국에서 내야 할 세금을 공제받는 외국납부세액공제을 적용받아 면세자로 분류되고 있다.

종합소득 면세자 비율은 근로소득 면세자와 달리 매년 감소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20%대를 상회하고 있다.

2011년 22.3%였던 종합소득 면세자 비율은 매년 조금씩 줄어 2015년에는 14.3%까지 떨어졌다.

2015년 기준 소득구간별로 면세자 비중을 보면 소득금액 1천만원 이하가 24.2%로 가장 많았고 1천만∼2천만원 구간이 11.5%로 뒤를 이었다.

저소득층 면세자 비중은 가장 높기는 하지만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2011년 1천만원 이하 면세자 비율은 41.9% 달했지만 2014년 30%대로 떨어진 데 이어 2015년에는 20%대로 또 뒷걸음질 쳤다.

반면 2015년 소득 2억∼3억원 구간 면세자가 1년 새 40명에서 350명으로, 3억원 초과 면세자는 5명에서 165명으로 급증하는 등 고소득자 면세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소득 종합소득 면세자의 상당수도 근로소득 면세자와 마찬가지로 외국납부세액공제로 인해 면세자로 분류되고 있다.

높은 면세자 비중은 ‘소득이 있는 국민은 모두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에 위반돼는 만큼 이를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면세자 비율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고 2015년 9월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이 축소될 수 있도록 공제 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면세자 축소 방침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달 경유세 인상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에너지세제 개편 공청회 용역안이 공개되면서 경유세 인상설이 불거지자 이를 부인하면서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도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다만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설정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자문위 김진표 위원장도 근로소득 면세 축소와 관련해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조세개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1년 정도 시간을 갖고서 분석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근로소득 면세자 축소에 소극적인 태도로 전환한 데에는 임기 초반 자칫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증세’ 문제는 일단 우회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 정부 앞에는 당장 경제정책 방향, 가계부채 대책, 일자리 문제 등 처리해야 할 국내 현안이 산더미 같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급작스럽게 출범한 탓에 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소득 면세 축소는 자칫 서민증세 논란으로 번져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정부의 정책 추진 동력을 크게 훼손할 수도 있다.

근로소득 면세 축소 문제는 대다수 서민까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상속·증여세 등 일명 ‘부자 세제’ 개선보다 훨씬 더 민감한 사안이다.

근로소득 면세 축소 정책이 삐걱댈 경우 자칫 ‘2014년 연말정산 대란’의 재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2014년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대거 전환으로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들면서 직장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른바 연말정산 대란이 발생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보완대책을 만들어 세금을 추가로 환급해준 바 있다.

정부가 근로소득 면세 축소 방침을 올해 세제개편안에 담지 않겠다는 뜻을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런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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