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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은 시에 못 담은 이야기… 새로운 시를 향한 답장이죠”

“산문은 시에 못 담은 이야기… 새로운 시를 향한 답장이죠”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7-04 17:32
업데이트 2017-07-0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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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산문집 ‘운다고…’ 일주일 새 2만부 찍은 박준 시인

“산문은 시에 담지 못한 이야기이자 새로운 시를 향한 답장이에요. 첫 시집에서 할 말이 남았는데 다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때와 겹치는 이야기와 정서, 이미지를 정리하고 가면, 다시 새로운 편지(시)를 쓸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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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 시인
박준 시인
●첫 시집 출간 5년새 8만 4000부 팔려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로 시집으론 드물게 베스트셀러 순위에 장기 집권하며 일반 독자들도 시의 자리로 불러들인 박준(35) 시인. 그가 첫 산문집을 펴냈다. 시집이 출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8만 4000부(31쇄)가 나간 스테디셀러여서일까. 시와 수필이 유연하게 몸을 바꾸는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난다)도 출간 일주일도 안 돼 중쇄, 2만부를 찍었다.

스물다섯이던 2008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여느 젊은 시인들과 다른 결과 서정을 품은 시로 말을 걸어왔다. 실험과 파격이 미덕이 된 요즘 시와 어울리지 않는 그만의 정겹고 서러운 1970년대식 서정은 어디서 배태된 걸까.

“어릴 때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가 ‘소극적이다, 내성적이다’였어요. 지금은 사회화가 많이 됐지만(웃음) 본래 성격은 지워지지 않아 세상 만물에 비해 느리고 주저하고 오래 생각하곤 하죠. 그런 태도가 죽음이든, 이별이든 과거의 시간을 오래 제 안에 머물게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안 나아가고 슬퍼하고 있는 거죠.”

산문집에서 그는 ‘시를 짓는 일이 유서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고백대로 그의 작품은 죽음, 가난, 이별 등 ‘숱한 사라짐의 기록’이다. 이번 수필들 역시 사라짐의 기억들 때문에 앓고 울었던 민낯을 답장처럼 드러낸다. 하지만 그가 건넨 말들은 눅눅한 습기를 머금는 대신 어느새 말간 기운으로 툭툭 등을 쳐준다.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더 울라’는 듯이. 시인이 삶의 장면 장면마다 불러내는 말이 위로가 됐다는 어느 선생님이 건넨 말처럼 말이다. “사는 게 낯설지? 또 힘들지? 다행스러운 것이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사실이야. 나이가 든다고 해서 삶이 나를 가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못살게 굴거나 심하게 다그치는 일은 잘 하지 않게 돼.”(63쪽)

●두 번째 시집 내년으로 늦춰 70여편 담을 듯

시인은 당초 산문집과 비슷한 시기에 두 번째 시집을 펴낼 예정이었으나 내년으로 늦췄다. 새 시집 원고를 묶다 보니 첫 시집과 산문집의 연장선인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70편 가운데 20편을 없애고 다시 쓸 예정이라고.

“첫 시집에선 제 말 하기 바빴다면 두 번째 시집은 타인의 말을 듣고 대화하고 타인이 대신 쓰는 시로 엮일 거예요. 나의 기억, 나의 말하기에서 타인과의 만남, 관계의 말하기로 변화하는 과정이죠.”

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7-07-0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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