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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단교 사태 핵심은 ‘무슬림형제단’

카타르 단교 사태 핵심은 ‘무슬림형제단’

심현희 기자
입력 2017-07-04 22:40
업데이트 2017-07-05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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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의 봄’ 이후 정치세력 부상에 아랍국들 테러단체로 지정해 경계

‘걸프국 왕따’가 된 카타르가 장기화하고 있는 외교 분쟁과 관련해 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아랍권 4개국이 단교 해제 선결 조건으로 제시한 13개 요구안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답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카타르는 주권 침해 요소 등이 있는 4개국 요구안을 거부할 것이 확실해 이번 카타르 위기가 ‘제로섬 게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수프 알카라다위
유수프 알카라다위
셰이크 무함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은 이날 쿠웨이트의 셰이크 사바 아흐마드 알사바 국왕을 만나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의 친서를 전달했다. 카타르 정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만약 그들(아랍 4개국)이 카타르가 걸프국가들에 영향을 준 정치·안보 문제가 무엇인지 입증할 수 있다면 우리는 열린 자세로 고려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그들이 우리에게 최후통첩하고 자신들의 뜻을 강요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4개국은 카타르가 테러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지난달 5일 단교를 선언했고, 이후 단교 해제 선결 조건으로 13개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번 갈등의 평화적 협상을 위해 중립을 자처한 쿠웨이트는 카타르의 답변 시한이 종료되기 직전인 전날 최후통첩 시한 연장을 요청했다. 4개국은 48시간을 연장하며 압박했으나 카타르는 물러서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양측 간 갈등이 제로섬 게임으로 흐르는 것은 이번 사태의 핵심에 ‘무슬림 형제단’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걸프 아랍국들은 2011년 ‘아랍의 봄’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독재정권이 연쇄 붕괴한 뒤 무슬림형제단이 정치적 대안으로 부상하자 아랍국가들은 무슬림형제단을 경계하며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무슬림형제단의 보수적 이슬람주의를 결합한 사회 운동이 세속 왕정의 안정을 위협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타르 국왕은 무슬림형제단을 적극 지지하고 나서 4개국과 다른 길을 걸었다. 국왕은 1961년부터 카타르에 머물러 온 무슬림형제단의 정신적 지도자 유수프 알카라다위(91)와 친분이 깊었다. 알카라다위는 카타르에 머물면서 교육 사업을 통해 자신의 추종세력을 확대했고, 그의 제자들은 카타르 정부의 요직에 다수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번 최후통첩 조건도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카타르의 지원 중단을 겨냥하고 있는 내용이 많다.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과의 단절과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선언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친(親)무슬림형제단 언론인 알자지라를 비롯해 4개 매체의 폐쇄도 요구받았다.

이날 이집트 당국이 알카라다위의 딸과 사위까지 체포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집트 당국은 이들 부부를 북부 알렉산드리아로 압송해 여러 테러조직과 무슬림형제단 관련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개입한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이 전했다.

물론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카타르는 단교에 따른 경제 봉쇄 조치를 서둘러 해제할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이고 4개국은 카타르에 대한 강경한 조치가 서구 동맹국들의 등을 돌리게 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이 아직은 서로의 입장을 굽혀 양보할 의지가 많지는 않아 보인다고 FT는 전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2017-07-05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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