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다큐] 비워서 가볍게 산새처럼 훨훨

입력 : 2017-06-18 17:36 ㅣ 수정 : 2017-06-1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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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생태사찰 도연암 ‘산새 학교’ 가다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철원 사이에 길게 누운 지장산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면 샌드위치 패널 집이 보인다. 기둥과 기와는 없지만 부처님 모시고 수행하는 도연 스님의 암자이다. 이곳에 자리잡은 인연일까. 스님은 철원에 찾아오는 두루미와 함께 겨울을 난다. 커다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를 들고 두루미의 겨울 살림살이를 렌즈에 담는다. 두루미 사진으로, 그림으로, 책으로 스님은 잘 알려진 사람이다.

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6월 휴일에 도연암 산새 학교를 방문한 가족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도연 스님이 들려주는 산새 얘기를 듣고 있다.

▲ 초여름 햇살이 따가운 6월 휴일에 도연암 산새 학교를 방문한 가족들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평상에 앉아 도연 스님이 들려주는 산새 얘기를 듣고 있다.

꼼꼼한 손길로 암자 주변 동식물을 돌보지만 유독 산새에게 애정을 보인다. 왜? “손 대신 날개를 선택해 새는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만 그냥 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뼛속까지 비우고 가벼워졌기 때문에 날 수 있습니다. 무소유 영혼의 소유자입니다. 새를 닮고 싶습니다.” 스님이 새와 함께 정진하는 이유이다.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서 온 어린이들이 산새 학교에서 직접 만들고 각자 이름을 쓴 둥지를 들고 지장산 골짜기 적당한 장소에 설치하기 위해 숲길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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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 철원군 동송읍에서 온 어린이들이 산새 학교에서 직접 만들고 각자 이름을 쓴 둥지를 들고 지장산 골짜기 적당한 장소에 설치하기 위해 숲길로 들어가고 있다.

꼼꼼하게 만든 둥지를 숲속 나무 등걸에 정성스럽게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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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꼼꼼하게 만든 둥지를 숲속 나무 등걸에 정성스럽게 걸고 있다.

머리 깎고 산에 들어온 것이 넓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함이라는 스님이 특별한 욕심을 냈다. 산새를 통해 깨달은 지혜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산새 학교’를 연 것이다. 별다른 시설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냥 암자 마당 나무그늘 밑에 평상 놓고 산새가 살아가는 모습을 얘기하며 새가 떠난 둥지를 모아 보여 주고 아이들과 놀면서 새 둥지를 만들어 나무에 걸어 놓는 것이 전부다.

철원에서 온 어린이들이 엄마와 함께 평상에 앉아 스님 얘기를 듣고 있다. “스님, 새소리 흉내 한 번 더 해줘요.” “둥지에 새알이 너무 작아요.” 아이들이 시끌시끌하게 즐겁다.
흰눈썹황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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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눈썹황금새

제일 작은 숲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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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 작은 숲새

황조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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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조롱이

참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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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새

때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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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까치

곤즐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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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즐박이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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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뻐꾸기

산새와 살고 있다는 유명세에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 보기 힘든 산새를 가까이서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 사람도 있지만 스님은 나무 그늘 밑에 조용히 앉아 새소리를 들으며 “저건 노랑턱멧새, 이건 콩새, 멀리 들리는 것은 흰눈썹황금새”라는 식으로 새 종류를 알려줄 뿐이다.

아름다운 새소리에 눈을 돌리면 새는 아쉽게 날아간다. “보려 하면 안 보이고 조용히 기다리면 홀연히 나타나는 것이 산새입니다. 새가 허락하는 간격을 유지하며 기다리는 게 중요하죠.” “살아가는 이치도 다르지 않은데, 그걸 넘으려 하니 세상이 시끄러운 것”이라고 새소리만 들어 아쉬워하는 이에게 한마디 한다.

번식을 위해 애써 지은 둥지를 새끼 다 키우면 훌훌 버리고 떠나는 새의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이 하늘로 던진 그물에 스스로 갇힌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산새 학교를 운영하는 스님의 소망이다. 돌아나오는 어둑한 암자 마당에 “쪼로롱” 하고 방울새 소리가 울린다. 카메라로 가는 손을 멈추고 한참을 가만히 서서 들었다.

글 사진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사진 도연스님 제공
2017-06-1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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