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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남매만 일곱명… 식구는 열한명

[포토 다큐] 남매만 일곱명… 식구는 열한명

입력 2017-06-04 17:58
업데이트 2017-06-0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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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대가족입니다… 전남 장흥 양곡마을 왁자지껄 다둥이네

예부터 햇살이 좋고 물이 좋아 농사가 잘된다는 전남 장흥군 장동면 양곡마을에 금실 좋기로 소문이 자자한 문석(49), 이기순(41)씨 부부가 7남매를 키우며 부모님을 모시고 11명이 한집에 살고 있다.
전남 장흥군 장동면 조향리 7남매 가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남 장흥군 장동면 조향리 7남매 가족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이들은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아이’에 대한 욕심이 남다르다. 2000년 중매로 만나 연애를 한 뒤 2001년 부부의 연을 맺고 다음해 첫째 딸 정인(15)을 낳은 뒤 민서(14), 아영(12), 지민(10), 인호(7), 서연(5), 그리고 겨우 세 살인 막내아들 인준이까지 2남 5녀를 키우고 있다.

아빠 문씨는 6남매 중 5번째로, 엄마 이씨는 7남매 중 막내로 자라면서 형제들의 ‘예쁨’을 받아서 집안이 북적대는 건 당연하다 생각한다.
7남매 엄마 이기순(41)씨가 껌이 눌어붙은 다섯째 인호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고 있다.
7남매 엄마 이기순(41)씨가 껌이 눌어붙은 다섯째 인호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고 있다.
가족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서일까. 이씨는 2013년 11월에는 우물에 빠진 마을 노부부를 구하기 위해 직접 우물 속으로 뛰어들기도 했다. 우물이 깊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할아버지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며 평소에 아이들을 돌봐 주고 빨래도 걷어 주는 분들을 살릴 수 있어 뿌듯했다며 당시를 회상한다.

각종 농기계를 척척 다뤄 ‘똑순이’로 불리는 이씨지만 다둥이의 가정은 여느 시골의 마을 풍경만큼 평화롭지만은 않다.
7남매 아빠 문석(49)씨가 부인과 함께 모판을 나르고 있다.
7남매 아빠 문석(49)씨가 부인과 함께 모판을 나르고 있다.
농번기를 맞아 논·밭일도 끝이 없는데다 대부분 엄마의 돌봄이 필요하다 보니 매일 아침 등교, 등원 시간이 되면 이씨는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분주하고 재빠르게 움직인다.

“1번 애들 밥 차리고 2번 빨리 세수하고 3번 얼른 일어나! 5번 밥 먹고 4번 옷 입어야지! 이러다 또 늦는다! 차 올 시간 다 됐어!” 아이들의 이름이 있지만 바쁠 때는 이름 부를 시간도 모자라 이렇게 번호로 부르기가 일쑤이다.
7남매 중 장녀인 정인(16)양이 막내를 어깨에 메고 집에 들어오고 있다.
7남매 중 장녀인 정인(16)양이 막내를 어깨에 메고 집에 들어오고 있다.
아이들 모두 학교에 보낸 뒤 집 정리를 하는 이씨에게 다둥이에 대한 지원은 충분한가 물었다.

“다둥이 정부 지원은 이 정도면 있으나 마나입니다. 무제한으로 지원해 줘도 어렵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월 100만원 이상 지원되는 줄 아는데 가스비 1만 얼마에 전기요금 9900원, 전화요금 4000~5000원 정도가 다입니다. 한번은 남편이 농로 일을 해서 130만원 들어왔다고 기초수급대상자 지원이 정지된다며 소명자료를 내라고 했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아동은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다둥이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이씨처럼 피부로 느낄 수가 없다.
7남매가 한 상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7남매가 한 상에 모여 앉아 저녁을 먹고 있다.
최근 모 지자체는 출산 장려금을 2000만원으로 올렸지만 출산 장려금을 받은 뒤 바로 이사를 가는 경우도 많다. 출산 장려금의 분할 지급 등 제도를 개선해야 할 이유이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율도 높여야 한다. 아이들은 여성들이 키운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에서 미래의 소중한 주인공을 키우는 데 엄마 아빠가 함께해야 한다는 남자들의 인식 변화와 아울러 다둥이 아빠들에게도 육아가 가능하도록 사회와 기업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넷째 지민이가 현관 앞에 벗어 놓은 신발을 정리하고 있다.
넷째 지민이가 현관 앞에 벗어 놓은 신발을 정리하고 있다.
넷째 지민이가 엄마를 도와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있다.
넷째 지민이가 엄마를 도와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고 있다.
“형제들은 사회생활을 미리 배우는 거라 생각합니다. 요즘 도시에서 혼자만 키우는 아이들을 보면 외로워 보이고 커서도 자기만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들 맨날 싸우지만 중요한 건 서로 챙겨 줍니다. 저 역시 바쁘지만 아이들이 있어 행복하니까 이렇게 삽니다.”

정부는 육아, 출산 정책을 비롯해 다양한 정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번만큼은 이씨의 말처럼 ‘아이를 잘 낳는 사회’, ‘낳은 아기를 잘 키워 줄 수 있는 사회’ 같은 표어만이 난무하는 사회가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가정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글 사진 장흥 도준석 기자 padp@seoul.co.kr
2017-06-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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