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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부활을 노래하다

LP, 부활을 노래하다

홍지민 기자
홍지민 기자
입력 2017-06-02 18:04
업데이트 2017-06-02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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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바람 타고 LP 제작 공장 다시 문 열어

국내에서도 다시 바이닐(LP) 음반을 찍어낼 수 있게 됐다. LP 제작 공장이 다시 문을 연 것. LP 붐에 기름을 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조동진 6집 ‘나무가 되어’의 LP 음반
순수 국산 기술로 제작된 조동진 6집 ‘나무가 되어’의 LP 음반
국내 유일 LP 제작 브랜드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최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LP 제작 공장 ‘바이닐 팩토리’를 공식 가동했다. 지난 3년 간의 연구와 개발, 3만여장에 대한 프레싱 테스트, 음악 애호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청음 테스트 등을 거쳐 LP 원재료인 PVC에서부터 프레스 머신, 금형까지 모든 공정을 순수 국산화한 결과물이다.

국내에서 LP가 본격 생산되는 것은 2004년 11월 경기 고양 서라벌레코드 공장이 문을 닫은 이후 13년 만이다. 이후 LP를 만들려면 해외 주문 생산을 해야 했다. LP 붐을 타고 2011년 경기 김포에 엘피 팩토리가 생겨 몇몇 한정반을 찍어내기도 했으나 품질 문제가 발생해 3년 만에 문을 닫기도 했다.

마장뮤직은 바이닐팩토리를 론칭하며 국내 최고 베이스 연주자 서영도가 주축인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의 신보와 지난해 나온 전설적인 포크 가수 조동진의 정규 6집을 LP 음반으로 선보였다. 곧 펑키 소울 밴드 커먼그라운드의 신보도 LP로 나온다. 또 국내외 음반사와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전설적인 여성 바이올린 연주자 요한나 마르치의 음반, 포크 듀오 어떤날, 재즈 뮤지션 빌 에반스와 쳇 베이커의 음반 등 클래식, 가요, 재즈, 팝, 국악 등을 망라해 절판되어 구하기 어려운 명반들, LP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타이틀을 꾸준히 발매할 계획이다. 물론, 주문이 들어온다면 아이돌 신보도 대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유일 LP 제작 공장 ‘바이닐 팩토리’를 설립한 주역들. 왼쪽부터 국내 1세대 LP 기술자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엔지니어 백희성, 재즈 칼럼니스트 하종욱, 음반 마케팅 전문가 박종명. PRM 제공
국내 유일 LP 제작 공장 ‘바이닐 팩토리’를 설립한 주역들. 왼쪽부터 국내 1세대 LP 기술자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엔지니어 백희성, 재즈 칼럼니스트 하종욱, 음반 마케팅 전문가 박종명. PRM 제공
느림의 미학,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하는 LP는 1980년대 CD, 1990년대 MP3가 등장하는 등 보다 간편한 디지털 음반과 음원에 밀려 사양 길을 걸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세계적으로 복고 열풍이 일며 기지개를 펴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LP 판매량이 2008년 500만장에서 2015년 3200만장으로 6배 이상 성장했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음반과 턴테이블 등 LP 관련 시장 규모가 10억달러(1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에서는 LP 신보가 종적을 감춘 뒤에도 음악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옛 가요 음반이나 클래식 음반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유지됐었고 복고 바람을 타고 중고 LP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이러한 흐름을 따라 대규모 LP 축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오는 17~18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리는 서울레코드페어가 대표적이다. 올해 벌써 7회째를 맞는다. 지난 주말 같은 장소에서는 전국음반소매상연합회 주최의 바이닐 페스티벌이 열리기도 했다. 최근 국내 대중음악계에서는 신보를 낼 때 LP를 특별 한정판으로 곁들이는 경우도 잇따랐다. 지난해 국내 LP 판매량(중고 거래 제외)은 28만장, 매출액은 98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마장뮤직을 통해 선보일 예정인 LP 타이틀
마장뮤직을 통해 선보일 예정인 LP 타이틀
LP가 복고 마케팅을 뛰어넘어 음악 감상 방법의 하나로 다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가격대와 턴테이블 보급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2LP로 제작된 조동진 6집의 경우 5만원 대 후반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박종명 마장뮤직 이사는 “현실적으로 생산 라인이 좀 더 많은 수량을 소화해야 제작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해외 주문의 경우 5~6개월 걸리던 제작 공정을 3~4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주류 음악의 경우 뮤지션 지원 차원에서 소비자 가격도 2만원 대로 책정할 예정”이라면서 “간편하게 LP를 즐길 수 있는 턴테이블과 스피커도 개발 중”이라고 덧붙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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