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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칼럼] 품위 있는 문화국가를 위하여

[서동철 칼럼] 품위 있는 문화국가를 위하여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17-05-17 22:02
업데이트 2017-05-17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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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청와대를 옮기고 그 자리에 서울역사문화벨트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새 정부 인사들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청와대 자리를 박물관과 공원 등으로 조성할 뜻을 거듭 밝혔다. 청와대를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을 완성하기까지 과정은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도 찬반양론이 없는 정책이 없다지만, ‘청와대 터의 문화공간화’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싶다.

일찍부터 서울역사문화벨트 조성 공약 기획위원회가 활동하고 있었다니 청와대의 문화공간화 계획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위원회를 이끌었다는 소식이니 실망스럽지 않은 기획안이 벌써 대통령에게 보고된 상태인지도 알 수 없다. ‘박물관과 공원’을 언급할 수 있었던 것도 적지 않은 진전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

청와대 자리에 박물관이 들어선 미래가 누구보다 기다려진다. 문화유산 분야를 오래 취재한 기자라서 팔이 안으로 굽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기획위원회가 어떤 박물관을 생각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국가대표 박물관’ 말고 다른 박물관이 들어서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세상에는 온갖 박물관이 있고,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상징적인 자리에는 상징적인 박물관을 세워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나라가 품위 있는 나라라고 믿는다.

국가대표 박물관이라면 당연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이다. 중앙박물관이 국가대표 고고미술사 박물관이라면, 민속박물관은 국가대표 민속생활사 박물관이다. 물리적 규모는 중앙박물관이 크지만, 두 박물관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우선 두 박물관의 상황을 차근차근 따져 보는 게 좋겠다.

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에 자리 잡았다. 용산 박물관은 1997년 기공식을 가졌으니 공사에만 8년이 걸렸다. 기획과 설계에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으니 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은 10년이 넘는 대역사였다. 용산에 자리 잡은 이후 중앙박물관은 반듯한 하드웨어만큼이나 전시와 교육에서도 큰 발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사방이 공원과 아파트 단지에 포위된 듯 옹색한 입지는 국가대표 박물관에 걸맞지 않다. 용산에 자리 잡기 이전 경복궁의 중앙박물관은 당연히 외국 관광객의 방문 1순위였다. 하지만 이제 적지 않은 외국 관광객은 경복궁 내부에 있는 민속박물관만 둘러보고, 중앙박물관 방문은 포기하곤 한다. 이런 현상은 단체 관광객에게서 더욱 뚜렷하다.

민속박물관은 2030년 경복궁 복원 사업이 마무리되기 이전에 지금의 자리를 비워 줘야 한다. 용산 중앙박물관 옆 공원의 일부를 이전 부지로 점찍었지만 ‘없었던 일’이 되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화정책 실행기관으로서 짊어져야 할 짐은 갈수록 무거워진다. ‘민속’에 머물지 않는 영역 확대가 불가피하다. 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교육 및 프로그램 공급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노령화하고 있는 마당에 노년층에 문화를 공급하는 역할 또한 당연히 민속박물관의 몫이다.

국가대표 박물관을 짓거나 옮기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천문학적 비용도 수반된다. 하지만 어차피 민속박물관이 옮겨 갈 자리는 새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박물관의 입지를 결정해야 하는 마당에 청와대 자리를 고려 대상으로 삼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이름처럼 중앙박물관이 다시 중심에 자리 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존 용산 박물관 건물은 민속박물관이 그대로 물려받으면 된다. 하지만 중앙박물관 규모의 시설을 북악산 아래 새로 짓는 것은 다양한 이유로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민속박물관을 청와대 자리로 옮기는 방법도 좋다. 기존 청와대 시설을 상당 부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청와대 자리에 국립박물관이 들어선다는 뉴스가 기다려진다.
2017-05-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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