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끝자락 첫사랑 같은 ‘분홍빛’ 설렘

입력 : 2017-05-17 22:02 ㅣ 수정 : 2017-05-18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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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봄꽃’ 철쭉의 향연

개화 시기에 맞춰 꽃을 완상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이런저런 일들에 매인 도시의 직장인라면 더욱 그렇다.

봄꽃의 마지막 주자는 철쭉이다.

도시에선 진작 절정을 지났지만 지리산 바래봉 등 전국의 고산들에선 이제야 진분홍 아우성을 펼쳐 내고 있다.

올봄, 봄꽃들의 향연에 참여하지 못한 당신이라면 철쭉들이 보내는 마지막 초대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겠다.

전북 남원의 바래봉 ①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남원의 바래봉 ①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북 남원 바래봉…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상 정원’

전북 남원의 바래봉 ①은 나라 안에서 손꼽히는 철쭉 명산이다. 산의 형상이 스님의 발우공양 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것 같다 해서 이름 지어졌다. 지리산의 한 줄기로, 바래봉과 팔랑치, 세걸산 등 3∼4㎞에 이르는 등산로를 따라 철쭉들이 ‘산상 정원’을 펼쳐 놓는다. 세석평전 등 지리산 여기저기에 철쭉 군락지가 많지만 산꾼들은 바래봉의 것을 윗길로 친다. 바래봉 철쭉이 여느 산철쭉보다 한결 붉고 짙기 때문이다. 철쭉 산행은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 허브밸리에서 시작된다. 남원시에서 허브를 주제로 조성한 테마파크다. 울퉁불퉁 흙길을 2.6㎞쯤 걷다 보면 박석 깔린 길이 시작된다. 여기부터 험로가 이어진다. 등산로는 잘 정비된 반면, 숲 그늘은 다소 빈약하다. 게다가 바래봉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철쭉 만나러 가는 길이 ‘꽃길’만은 아니란 걸 이 길에서 알게 된다. 백미는 정상에서 약 1.5㎞ 거리의 팔랑치 구간이다. 동쪽의 천왕봉에서 서쪽의 노고단에 이르는 지리산 주능선 전체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발아래로는 진분홍 철쭉이 흐드러진다. 오가는 길에 ‘춘향전’의 주무대인 광한루원은 꼭 들르는 게 좋다. 워낙 익숙한 곳이라 흔해 빠진 관광지로 여기기 십상이지만, 안에 들면 범상치 않은 풍모에 놀라게 된다.
경남 합천의 황매산 ②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남 합천의 황매산 ②
한국관광공사 제공

경남 합천 황매산… 해발 800~900m에 철쭉 군락

경남 합천의 황매산 ②도 철쭉 명산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곳이다. 해발 800~900m의 고도에 광범위하게 철쭉 군락이 펼쳐져 있다. 게다가 산꼭대기 바로 밑까지 도로가 깔려 있어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황매산 오토캠핑장과 은행나무 주차장까지 승용차로 오를 수 있다. 다만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만큼 늘 사람과 차량으로 북적인다. 멋진 풍경을 만나기 위해 다소간의 혼잡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출 명소로도 인기가 높다. 산철쭉 개화기에는 전국에서 사진가들이 그야말로 구름처럼 몰려든다. 등산을 즐기는 이라면 모산재 산행에 나서는 것도 좋겠다. 암릉들이 선사하는 풍경이 깊고 웅장하다. 모산재 주차장에서 철쭉 군락지까지는 2시간 정도 걸린다. 인근에 드라마·영화 촬영세트장인 합천영상테마파크와 합천호가 있다. 특히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젊은 시절 추억의 공간으로 손색없는 곳이다. 1980년대 도회지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재현돼 있다.

소백산 연화봉… ‘3대 철쭉 명산’ 이달 하순 절정

소백산 역시 해마다 철쭉 명산 반열에 어김없이 이름을 올리는 산이다. 호사가들은 바래봉, 황매산 등과 묶어 ‘철쭉 3대 명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백산 철쭉은 개화가 늦다. 해마다 5월 하순경에 절정에 이른다. 그 덕에 가장 늦게까지 봄꽃을 완상할 수 있다. 옅은 분홍빛의 수수하고 은은한 꽃 색깔도 일품이다. 진분홍 일색인 여느 지역의 산철쭉과 사뭇 다르다. 백미는 연화봉 일대다. 여기부터 소백의 정상인 비로봉 사이 능선을 따라 철쭉 군락이 연이어 펼쳐진다. 광활한 초원과 주목 군락 등이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소백산은 충북 단양과 경북 영주 등에 걸쳐 있다. 지자체마다 각기 철쭉 축제를 연다. 충북 쪽에서는 오는 25일부터 나흘간 단양읍 상상의 거리와 소백산 일원에서 철쭉제를 연다. 경북 쪽은 영주 시내 서천둔치와 희방사 등에서 27~28일 열린다. 소백산 등산코스는 꽤 많다. 다만 어느 곳을 들머리 삼든 6시간 이상 잡는 게 좋다. 영주 쪽에서는 죽령검문소를 출발해 희방사를 거쳐 연화봉으로 가는 등산로11.4㎞가 가장 일반적이다. 다른 코스에 견줘 다소 쉬우면서도 철쭉 감상에 맞춤한 코스다. 삼가매표소와 초암사죽계계곡를 들머리 삼는 경우도 있다. 단양에서 비로봉과 가장 가까운 코스는 어의곡 코스다.
광주 무등산 ③  한국관광공사 제공

▲ 광주 무등산 ③
한국관광공사 제공

광주 무등산… 軍 주둔에 20일 하루만 ‘철쭉 동산’ 개방

광주 무등산 ③에도 철쭉 동산이 있다. 5월 초부터 해발 400~500m 능선인 토끼등, 바람재 일대에서 철쭉이 피기 시작해 20일 이후 백마능선과 낙타봉을 거쳐 장불재 등 정상 구간까지 활짝 핀다. 키 높은 진분홍 철쭉 너머로 입석대 등 주상절리대가 펼쳐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만 철쭉들의 향연을 늘 볼 수는 없다.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무등산 정상은 일반인 출입 통제지역이다. 일 년에 한두 차례 특별한 날에 문을 여는데, 올해는 오는 20일 하루 동안만 정상 인근에 있는 철쭉 동산의 문을 개방한다. 개방 노선은 서석대 주상절리에서 부대 후문을 통과해 부대 내 지왕봉과 인왕봉을 관람하고 부대 정문으로 나오는 0.9㎞ 구간이다. 무등산 비경과 철쭉, 산벚꽃, 산딸나무꽃 등의 봄꽃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정상 개방 행사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다만 군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모든 탐방객이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5월의 제주 한라산 ④ 한국관광공사 제공

▲ 5월의 제주 한라산 ④
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한라산… 넓은 초원지대 ‘천상의 화원’ 같은 풍경

5월의 제주 한라산 ④ 역시 분홍빛 일색이다. 4월 하순 털진달래가 피기 시작해 5월 초 절정을 이루고 나면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산철쭉이 다시 한번 절정의 풍경을 펼쳐 낸다. 해발 1400m 이상의 고산 초원지대엔 키 큰 나무가 거의 없다. 이 산자락을 털진달래와 산철쭉의 연분홍 꽃송이가 뒤덮으며 장관을 연출한다. 대표적인 산철쭉 명소로는 방애오름, 선작지왓, 만세동산 등이 꼽힌다. 선작지왓은 너른 초원지대가 온갖 꽃들로 뒤덮여 천상의 화원이나 다름없다. 한라산 부악과 어우러진 장면도 일품이다. 때마침 구름이라도 일어 준다면 그야말로 선경과 마주할 수 있다. 방애오름 역시 나무 한 그루 없는 오름 전체가 온통 분홍으로 뒤덮인다. 만세동산은 백록담 화구벽과 어우러지며 또 다른 멋을 연출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2017-05-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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