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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보도로 본 김정은 의도…기술 과시하며 다각적 대미위협

北보도로 본 김정은 의도…기술 과시하며 다각적 대미위협

입력 2017-05-15 11:14
업데이트 2017-05-15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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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중량 핵탄두” 언급 주목…전문가 “추가 핵실험 가능성 암시”

북한이 15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진행한 중장거리 전략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날 북한 관영매체들의 ‘화성-12’에 대한 묘사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언급에는 이 미사일이 미국에 이전보다 한층 높은 차원의 위협이 될 수 있음을 과시하는 내용이 다각도로 담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대형중량 핵탄두’·‘대기권 재돌입’ 언급하며 기술진전 과시

이번 시험발사에 대한 북한의 보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화성-12’가 “표준화된 핵탄두뿐 아니라 대형 중량 핵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발사는 위력이 강한 대형 중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새형의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의 전술기술적 제원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형 중량’ 핵탄두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 온 ‘표준화, 규격화된 핵탄두’보다 폭발력이 큰 탄두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을 계기로 핵탄두가 ‘표준화, 규격화’됐다며 ‘소형화, 경량화, 다종화’된 핵탄두를 “마음먹은 대로 필요한 만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역대 최대인 10kt(1kt은 TNT 1천t의 폭발력)의 위력을 선보였다.

기존 스커드, 노동, 무수단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표준’ 핵탄두보다 폭발력이 크고 무거운 핵탄두를 실을 수 있을 만큼 이번 신형 미사일의 엔진 추진력을 높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신형 미사일에 실을 수 있도록 현재 보유한 것보다 성능이 우수한 새로운 핵탄두를 개발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금 있는 규격화된 핵탄두 이외에 더 나아간 것을 만들겠다는 의미”라며 “추가적인 핵실험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발사 보도에서 “가혹한 재돌입 환경 속에서 조종전투부(탄두부)의 말기 유도 특성과 핵탄두 폭발 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고 밝혀 이번 시험발사 과정에서 대기권 재진입 실험을 했다는 점도 밝혔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대기권을 벗어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탄두부가 표적을 향해 대기권으로 다시 들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압력을 견디도록 하는 것으로, ICBM 개발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혀왔다.

북한이 이런 수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갖추지는 못했다는 것이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의 평가였다. 이런 점에서 북한 매체가 ‘확증’했다고 표현한 내용이 재진입 기술의 완성을 의미하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재진입 기술 확보에 대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 “미본토 타격권”…레토릭 이상의 대미위협 주목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 발사를 참관하면서 내놓은 대미 위협 언사도 이전과 비교해 상당히 수위가 높고 표현 방식도 명확하다.

김정은은 “미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우리의 타격권 안에 들어 있다는 현실, 섬멸적 보복 타격의 온갖 강력한 수단이 우리의 수중에 있다는 현실”을 미국이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북한 매체들은 이전에도 미 본토를 ‘타격권’에 두고 있다고 공언해 왔지만, ICBM에 필적하는 성능의 미사일을 실제로 발사하면서 김정은이 직접 언급한 것은 단순한 위협적 ‘수사’(레토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화성-12’의 비행거리와 최고고도를 고려하면 500㎏의 탄두를 탑재할 경우 사거리가 5천500∼6천500㎞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미 알래스카주(州) 대부분 지역이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은 한반도와 일본, 괌을 각각 사정권에 넣을 수 있는 3가지 ‘컨셉’의 미사일을 지금까지 보여줬고 이 다음에 보여줄 것은 미 본토권이었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발언에 나온) 미 본토는 알래스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미국에 대해 “우리도 상응한 보복 수단을 쓸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며 “미국은 그 기회에 조선(북한)의 탄도로켓들이 미국에 실지로 위협이 되는가 되지 않는가 하는 것을 속시원히 보면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고 있고, 최대 사거리 1만3천㎞의 ICBM ‘미니트맨 3’을 최근 잇달아 시험발사하는 등 공세적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한 대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공격을 하더라도 살아남아 핵으로 보복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위한 언급이라는 것이다.

장철운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상대방의 선제공격을 억제하려면 그것에 대해 보복 수단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며 “자신들도 보복 공격 능력이 있다며 겁을 주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화성-12’의 성격을 ICBM으로 지칭하지 않고 중장거리 미사일(IRBM)이라고 명확하게 표현한 데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레드 라인’을 넘지 않으려는 수위조절 의도도 엿보인다.

김정은이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올바른 선택을 할 때까지” 핵무기와 핵 타격 수단을 더 많이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 아래 미국과 당분간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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