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문화마당]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문화마당]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입력 2017-05-10 17:56
업데이트 2017-05-11 08: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정재왈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19대 대선이 끝났다. 새 대통령이 선출됐으므로 어제와 다른 새 세상이 곧 열리는 걸까. 기대감으로 충만한 시작은 늘 설렘을 동반하지만 그게 먼 미래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역사가 증명한다. 그러나 역사에도 예외는 있는 법, 이번에는 상례를 벗어나 시종일관하길 소망한다.

대통령 탄핵과 대선에 이르는 길지 않은 여정은 롤러코스터 타듯 숨 가빴다. 이런 과정을 누군들 예견했겠냐만, 조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징후를 깊이 새기어 미리 바로잡지 못할 때 불가피한 변화가 따른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마냥 철옹성 같던 둑이 무너지면서 한 정권의 명운을 가른 불길한 징조는 문화예술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9월쯤인가, 문화예술 관련 어느 출연 재단 보도가 처음 났을 때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이 분야에서 전혀 낯선 이름이 등장하고, 그 호가호위가 상상 밖이었기 때문이다. 가치와 명분, 배려, 절차에 민감한 문화예술계에서 보기에는 죄다 터무니없는 짓이었다. 게다가 정부 지원 심사에서 검열 문제가 쟁점이 된 후 급기야 블랙리스트 파문으로 확산되면서 문화예술계는 풍비박산이 났다.

이곳저곳에서 울분이 터졌고 책임자 문책과 단죄의 고함소리가 비등했다. 대선 정국에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전문가들의 정책 대안이 속출했고 사회에서는 법적인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데 짧은 선거 일정 때문인지 이 중요한 이슈는 다른 정치, 경제, 외교 현안에 밀려 쟁점 의제로 전혀 다뤄지지 못한 채 실종됐었다. 이제 해결책과 대안 마련은 새 정부 실무 단위, 즉 담당 부처의 과업으로 떠넘겨진 모양새다.

지난 20여년간 문화예술 분야는 진보와 보수 정권을 떠나 그 가치를 키워 온 지난한 여정이었다. 가치 실현의 방법에서 진영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왜 중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었다. 다만 어렵고 거창한 문화융성이라는 맹목적이며 추상적인 신봉이 괴물을 만들어 낸 지난 정권의 과오는 필히 반면교사로 삼아야 마땅하다.

이미 준비는 됐겠지만, 새 정부는 문화예술 정책을 아직 드러내 놓진 못한 상태인 것 같다. 창작의 자유를 겁박하는 위협 요소가 제거된 창작 환경을 만들고 창작물이 합리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도록 유통 체계를 정비하고, 나아가 국제 경쟁으로 이어지는 글로벌한 시각에서 담대한 설계도가 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불어 문화예술의 지방 분권과 시민 참여로 이뤄지는 ‘생활예술’의 활성화도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이루는 데 요긴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문화를 국가 비전과 결합해 자신의 철학으로 승화시킨 이 가운데 백범 김구만 한 분이 없지 않나 싶다.

엄혹한 세월에 투쟁으로 점철된 삶을 산 이가 총과 칼 대신 ‘문화의 힘’을 설파한 것은 실로 비범한 면모를 보여 준다. 그 앞에서 작금 서구 학자들의 ‘소프트 파워’ 운운은 가소롭지 않은가. 막 출발선상에 선 새 정부를 위해 백범의 ‘마지막 소원’ 한 구절을 상기시키는 것이 무가치한 일은 아닐 터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2017-05-11 30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