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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中비판 논평 해외판 美中의식 톤다운…“국내판과 너무 달라”

北, 中비판 논평 해외판 美中의식 톤다운…“국내판과 너무 달라”

입력 2017-05-05 14:06
업데이트 2017-05-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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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레드라인 침범·동북3성 방사능피해 부분 없어…한중수교·사드 내용도 빼고 발행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최근 중국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한 논평을 발행하면서 조선어판과 달리 해외판(영문·중문판)에선 민감한 내용을 뺀 채 ‘톤 다운’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해외판에서 비판 수위를 낮춘 것은 ‘혈맹’인 중국과 파국까지 치닫는 상황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철’이라는 개인 명의로 게재한 ‘조중(북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에서 이례적으로 ‘주변국’, ‘덩치 큰 이웃’이라는 표현 대신 중국을 직접 지칭하면서 중국이 최근 미국과 공조 분위기 속에 대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을 비판했다.

특히 ‘조중관계의 붉은선(레드라인)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며 북중관계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고 강한 어조를 사용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북한의 거침없는 중국 비난에 북중관계가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만큼 논평의 어조는 강경했다.

그러나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북한 내에 배포되는 조선어판과 달리 같은 제목의 영문, 중문판 논평에는 이와 같은 내용이 모두 빠진 채 발행됐다.

해외판 논평에는 북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북중관계의 붉은 선을 넘은 것은 중국’이라는 내용이 담긴 단락 전체가 아예 누락됐다.

또 중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반대하는 이유로 항시 제시하는 동북 3성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 피해를 반박하는 부분도 거론하지 않았다.

통신은 조선어판 논평에서는 “중국의 일부에서 쩍하면 들고나오는 동북3성의 핵실험 피해에 대하여 말한다면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타당성도 없는 억지주장이다”며 미국이 핵물질 포집 장비를 동원해도 방사성 물질을 검측하지 못했다고 중국 측 주장을 반박했다.

중국이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고 정치, 군사 분야로까지 관계를 확대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해 북한과의 신의를 저버렸다고 조선어판에서 지적한 부분 역시 모두 거론되지 않았다.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를 막아 보겠다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동참했지만, 사드가 한밤중에 기습 배치됐다고 거론하며 중국을 ‘어리석은 거인’이라고 조롱한 내용도 해외판 논평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해외판 논평에도 ‘중국’을 직접 지목하고 북한에 대한 비판 논평을 발표해 온 중국 관영 매체인 인민일보(人民日報)와 환구시보(環球時報)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지만, 조선어판과 달리 정제된 언어를 사용했다.

이번 논평을 북한 외무성 명의나 ‘조선중앙통신 논평’과 같은 공식 입장이 아니라 “김철이 발표한 논평”이라는 전제를 달아 수위를 조절한 것도 중국과 미국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의 비핵화 요구에는 확실히 선을 긋고 핵 보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해외판에서도 확고히 밝혔다.

중국 외교소식통은 “조선어판과 해외판 논평의 내용과 분량이 확연히 차이 나는 것으로 미뤄 북한이 중국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긴 하되 극단적인 상황을 맞는 것은 피하려고 한 것 같다”며 “단순히 번역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빼고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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