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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中, 붉은 선 넘었다”… 제재·압박에 틀어지는 혈맹

北 “中, 붉은 선 넘었다”… 제재·압박에 틀어지는 혈맹

강병철 기자
입력 2017-05-04 22:32
업데이트 2017-05-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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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적 행동에 국익 침해당해” 국가명 거론하며 이례적 맹비난

제재·압박에 반발해 최근 중국에 대한 비난을 이어온 북한이 이번에는 직접 중국이란 국가명까지 거론하며 “붉은 선(레드라인)을 넘고 있다”고 위협 강도를 높였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위협과 이를 막기 위한 중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과거 ‘혈맹’이라던 북·중 관계의 틈이 벌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조중(북·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상대의 신의 없고 배신적인 행동으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거듭 침해당해 온 것은 결코 중국이 아니라 우리 공화국”이라면서 “조중 관계의 ‘붉은 선’을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비난했다.

장문의 논평은 중국 관영 ‘인민일보’와 ‘환구시보’를 거명하며 “조중 관계 악화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고 미국의 장단에 놀아대는 비렬한 행위에 대해 구구하게 변명해 나섰다”고 비꼬았다. 4일 현재 논평은 조선중앙통신 메인 페이지에서 ‘김정은 동지의 혁명활동’보다 상위에 노출돼 있다. 특히 논평은 ‘중국’, ‘중국 당과 정부’라는 표현을 분명하고도 반복적으로 썼다. 북한은 지난달까지는 중국을 비난하며 친선적 이웃, 주변 나라 등 우회적 표현을 사용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중국이라 지칭하며 비난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논평이 ‘김철’이란 개인 명의로 게재된 데 대해 “수위를 조절한 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측의 ‘공격’을 받은 환구시보는 즉각 홈페이지에 북한을 비판하는 사설을 내보내고 “북한의 비이성적인 주장에 일일이 맞설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보유는 1961년 체결한 ‘북·중 상호원조 조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중국 겅솽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비난에 대해 “중국 측은 한반도 핵 문제와 북·중 선린우호 관계 발전에 대한 입장이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대북 원유 차단’을 언급하는 등 대북 압박 수위를 급속히 높여 오고 있다.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세관 당국은 최근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에 대해 전수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최대 우군이던 중국의 압박까지 받으면서 불만 표출 및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 핵·미사일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표면에 드러난 관영 매체 간 대결과 별개로 ‘물밑 대화’가 이어지고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내적으로 자주성을 강조하고 대외적으로 압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물밑에서는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2017-05-0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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