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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취직/박홍기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취직/박홍기 수석논설위원

박홍기 기자
입력 2017-05-03 23:44
업데이트 2017-05-04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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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차림이었다. 전과 다르게 훤했다. 의젓했다. 어딘가 모르게 기운 없고 의기소침해 보이던 모습은 간데없다. 웃음도, 말도 많아진 듯했다. 근무 환경이 좋다느니 윗분들도 잘 대해 준다느니 주절주절 떠벌렸다.

자기소개서를 백 번 넘게 썼다. 처음엔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갈수록 무뎌졌다. ‘이력 몇 줄로 날 어떻게 알아.’ 태연한 척했다. 부모님께 죄송해서다. 최종도 아닌 서류전형만 통과해도 ‘알아봐 주네’라며 위안을 삼았다. 면접,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하라는 대로 했잖아요. 공부도 열심히 해서 대학도 가고, 열심히 사느라고 알바도 수없이 했잖아요.” TV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허공에 질러 대기도 했다.

대학은 낮출 수 있지만 취직은 낮출 수도 없다. 채용 조건에 못 맞춰도, 너무 높아도 안 되기 때문이다. 뽑는 인원이 많지 않았다. 대다수가 들러리다. 기회가 왔다. 서류 전형부터 최종 면접까지 단계마다 늘 그랬듯 모든 것을 보여 줬다. “축하합니다.” 드디어 취직이다. 기뻐하면서도 짠했다. “정말 정말 축하한다.” 힘 줘 악수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이 순간에도 자소서를 쓰고 있다.
2017-05-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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