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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동북아 정치의 지각변동, 주도적으로 대응해야/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열린세상] 동북아 정치의 지각변동, 주도적으로 대응해야/신봉길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객원교수

입력 2017-04-27 17:48
업데이트 2017-04-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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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길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객원교수
신봉길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객원교수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매체 중 해외 언론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국제뉴스 전문 신문이다.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인 인민일보의 자매지다. 영향력이 대단하다. 매일 200만부를 발행한다. 특히 허를 찌르는 사설로 유명하다. 사설은 총편집 후시진(胡錫進)의 손을 거쳐 나온다. 그는 지난 몇 년 동안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대만 심지어는 북한을 수시로 놀라게 했다. 때로는 중국 외교부도 항의 전화를 한다. 필자가 베이징에서 근무할 때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할 정도로 가까이 지냈는데 자신이 환구시보를 키웠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다. 너무 튀면 모회사인 인민일보에서 뭐라고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환구시보가 벌어서 인민일보를 먹여 살리는데 뭐라고 하겠느냐고 대답했다. 그는 중국도 언론 환경이 많이 변해서 중국 공산당이나 지도자를 비판하는 것만 아니면 쓰는 데 거의 제약이 없다고 했다. 그의 강점은 사회주의 언론에 오래 길든 중국 언론계에서 남다른 이야기와 새로운 발상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그는 몇 년 전 방한 때 필자의 집을 찾아와 주택의 평당 가격을 세세히 물어보며 베이징, 도쿄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 사회문제 등에 대한 칼럼도 쓰는데 그의 칼럼집이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른다.

환구시보는 지난 22일자 사설에서 미국이 북한 핵시설에 대한 외과적 공격을 할 경우 전면전이 아니라면 중국이 군사적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기존의 통념을 깨는 것이다. 북?중 간에는 1961년 체결돼 계속 연장돼 온 상호원조조약이 있다. 이 조약은 북한이 무력 침공을 당하면 중국이 지체 없이 군사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하게 돼 있다. 다음날 사설에서는 북한이 스스로 중국의 안전을 지켜 주는 초병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오해라고 했다. 오히려 북한의 핵 개발은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국의 핵심 국가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논평했다. 중국은 북한을 더는 완충지대나 전략적 자산으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보다 며칠 전인 8일에는 상하이의 화둥사범대학 션즈화(沈志華) 교수의 강연 내용이 뉴욕타임스에 소개됐다. 한국전쟁 연구로 유명한 학자다. 그는 동북아 정치 지형에 근본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북한 중 누가 중국의 적이고 동지인가? 그는 핵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북한을 중국의 잠재적 적으로 지목했다. 북?중 혈맹의 역사는 이미 과거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주류 의견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러나 그간의 통설이었던 북?중 혈맹관계나 북한 완충지대론 등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도 지지 않고 험한 말들을 중국에 뱉어 내고 있다. 21일 게재된 북한의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주변국이 우리의 의지를 오판하고 경제 제재에 매달린다면 파국적 결과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변국은 중국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역사에서 교훈을 찾아보자. 구한말 조선은 변화에 대응할 전략도 힘도 없었다. 강대국들이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조선의 국왕 고종은 1907년 헤이그에서 개최된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했다. 주권 회복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후 조선은 일본에 병합됐다. 물론 지금의 한국은 1세기 전의 조선이 아니다. 한국의 국력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러나 사드 배치 문제, 북핵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들이 한반도에서 각축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누가 적이고 동지인가? 오직 국가 이익이 있을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주도한다는 확고한 비전과 이를 실천할 전략이 필요한 때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위기가 정점에 달하면 기회가 오는 법이다. 북핵 문제의 협상 국면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강력한 제재와 함께 당근이 필요할 수도 있다. 오랫동안 단절된 남북 관계에 주도적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필요하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 평화통일을 이루는 역사적 과업은 한국의 창의적이고 주도적 노력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2017-04-2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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