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금융상품 판매금지 명령제’ 도입 추진/선진국선 이미 시행
금융 당국이 주가연계증권(ELS)처럼 투자 위험이나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큰 금융상품 판매를 직권으로 중지할 수 있는 ‘금융상품 판매금지 명령제’ 도입이 추진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소비자가 금융사의 부당한 권유로 위험 상품에 투자했다면 5년 안에 취소할 수 있는 계약해지권이 생긴다. 대출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를 고객에게 물릴 수 없다.금융위원회는 27일 이런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금융소비자보호법)이 차관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안은 다음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정부는 2012년부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지금껏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가장 논란이 됐던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감독 체계 관련 내용을 이번 법안에서 뺐다. 추후 국회 논의에 맡긴다는 입장이다. ‘뜨거운 감자’를 뺀 만큼 20대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소비자에게는 금융상품 계약해지권이 생긴다. 부당한 권유에 따라 자신의 투자 성향보다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거나 상품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면 5년 안에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금융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소비자의 해지 요구를 거부한다면 일방적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단순 변심에 따른 금융상품 청약철회권도 도입된다. 보험 등 보장성 상품은 15일, 펀드 등 투자성 상품은 7일, 대출은 14일 안에 계약을 무를 수 있다. 철회 기준은 따로 없다. 대출이 이뤄진 지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 부과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금융상품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판매한 금융회사에는 해당 상품 판매 수입의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지금은 과태료가 가벼워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소비자와 금융사 간의 소송 때 ‘고의·과실·설명의무 위반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주체도 소비자에서 금융사로 바뀐다. 지금은 소비자가 입증 책임을 지게 돼 있어 소송에서 이기기 어렵다.
분쟁조정 중인 소비자에 대해선 금융사가 소송 제기를 못 하도록 막는 ‘소송중지제도’도 도입된다. 조정 과정 중 소송이 제기되면 조정 절차를 중지하게 돼 있는 현행 규정을 악용, 금융회사들이 불리한 결정이 예상될 경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회사는 2000만원 이하 소액 사건에 대해서는 분쟁조정 절차 완료 전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