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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혼선 주려 각본대로 연기?…농협 총기강도 외국인 아닐 수도

수사혼선 주려 각본대로 연기?…농협 총기강도 외국인 아닐 수도

입력 2017-04-22 13:45
업데이트 2017-04-2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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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눌한 한국말 등 초기 외국인 판단…신원 감추려 의도적 가능성 있어

외국인이면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도…“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수사”

지난 20일 권총을 들고 침입해 4분 만에 현금 1천5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경산 자인농협 강도 신원을 두고 경찰 안에서도 분석이 엇갈린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날 “우리말이 어눌했다”는 농협 직원 진술 등을 근거로 범인이 자인농협 하남지점 인근 산업단지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용의자가 범행 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 신분을 속이기 위해 외국인처럼 연기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범인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55분 모자, 넥워머 등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양손에 장갑을 낀 채 45구경 권총을 들고 하남지점에 침입했다.

면 단위에 있는 소규모 농협이라 청원경찰은 없었다.

그는 총알 1발을 실제 쏘는 등 단 4분 만에 직원 3명을 모두 제압한 뒤 현금 1천563만원을 담은 자루를 들고 달아났다. 도주 전에 직원들을 창구 뒤편 금고에 가뒀다.

피해 직원들은 경찰에서 “범인이 ‘(돈을)담아’란 말만 서너 번 외쳤고 ‘핸드폰’, ‘(금고)안에’ 등 간단한 단어만 어눌하게 사용했다”고 알렸다.

또 범인이 말보다는 몸짓을 많이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강도범이 하남지점 주변 공단·과수원 등에서 일하고 평소 지점 안팎 상황을 잘 아는 외국인 근로자일 것으로 추정했다.

한 주민은 “아침저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다닌다”며 “저녁이 되면 마을에 있는 마트에 모여 술을 마시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상대방을 금고에 가둘 때 한국사람은 보통 ‘(금고에) 들어가’라고 하지 ‘(금고)안에’라고 하지 않는다”며 “우리말이 서툰 외국인이 최대한 말을 자제했을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에 지문 한 점 남기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인적이 드문 농로로 도주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점으로 미뤄 한국사람인 그가 목소리 등을 감추기 위해 외국인처럼 연기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넥워머로 얼굴 대부분을 가렸기 때문에 말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음이 어눌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범인이 농협 CCTV에 목소리가 녹음될 줄 알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만큼 짧은 단어도 미리 짠 각본에 따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경찰은 범인이 만약 외국인이라면 사건이 미제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건 발생 3일째까지 행방이 묘연한 까닭에 벌써 해외로 빠져나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범인이 남긴 실낱같은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마을 CCTV 등 분석과 드론·경력 등을 동원한 사건 현장 주변 수색에 힘을 쏟고 있다.

사건 발생 전 범인을 봤다는 제보를 토대로 인근 주민·기업체 탐문, 통신수사 등도 병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초기에는 용의자가 외국인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으나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으로 행동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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