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이틀간 첫 내한 공연

9만명 와… 마이클 잭슨 기록 깨
‘비바 라 비다’ 등 위로·격려 노래

지난해 11월, 21세기 최고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이후 우리 사회 상황과 맞물려가며 이들의 ‘옐로’와 ‘픽스 유’, ‘비바 라 비다’ 등은 더욱 기다려지는 노래가 됐다. ‘픽스 유’는 크리스 마틴(보컬)이 아버지를 여의고 상심에 빠진 귀네스 팰트로(전 부인)를 위로하려고 만든 노래다.
결성 19년 만에 처음 한국을 찾은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지난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다.<br>현대카드 제공
대망의 첫 무대를 앞두고 ‘4월 16일’이 한국서 어떤 의미를 갖는 날인지 이야기를 들은 드러머 윌 챔피언은 “노래로 사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며 “‘픽스 유’는 공연마다 즐겨 연주하는 노래인데 (이번엔) 우리도 한국의 슬픔을 공감하며 연주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빛나는 최대 히트곡 ‘비바 라 비다’는 탄핵 정국의 거리에 울려 퍼지기도 했다. “힘이 있는 사람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혁명에 대한 노래죠. 전 세계에서 이 노래가 불리는 게 영광스러워요. 힘든 상황과 공포가 있어도 삶을 껴안고 나가라는 메시지를 담았죠.”(윌)

15, 16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이틀 연속 펼쳐진 공연에서 이 노래들이 전하는 감흥은 여느 때와 달랐다. 물론 콜드플레이가 한국 상황을 잘 알고서 레퍼토리를 짠 것은 아니다. “투어를 하다 보면 초반 몇 주는 바꿔 나가야 할 부분이 생기는데 그러다 완벽하게 짜였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죠. 한국 공연이 바로 그래요.”(가이 베리맨, 베이스) 음악을 만들고 공연하는 것만큼이나 서로 간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며 지금까지 멤버 교체가 없을 정도로 돈독한 밴드이기에 최근 한국이 겪은 크나큰 상실과 혼란이 윌을 중심으로 공유된 상황에서 무대에 올랐을 것으로 여겨진다.

공연은 이들이 자신했던 것처럼 ‘퍼펙트쇼’였다. 좋은 노래에다 풍성한 무대 효과, 능수능란한 퍼포먼스 그리고 ‘거의 전곡을 떼창’하는 관객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약 두 시간 동안 스물세 곡을 꼭꼭 채워 들려줬다. 근작인 정규 7집에서 6곡을 골랐고 1집의 ‘옐로’, ‘돈트 패닉’에서부터 체인스모커스와 합작한 최신 히트곡 ‘섬싱 저스트 라이크 디스’까지 고르게 자신들의 히트곡들을 배치했다. ‘힘 포 더 위크엔드’, ‘픽스 유’, ‘비바 라 비다’, ‘에드벤처 오브 어 라이프 타임’으로 이어지는 대목이 하이라이트.

서정으로 버무린 노랫말과 멜로디, 때로는 잔뜩 힘을 준 그루브와 전자 비트가 밤하늘을 뒤흔들었다. 이틀간 9만명이 마틴을 따라 하늘을 향해 껑충껑충 뛰었다. 이틀 공연에 9만명 동원은 1996년 마이클 잭슨 공연(7만 6000명 추정)을 뛰어넘는 내한공연 사상 최고 기록이다. 노래마다 형형색색 물결을 이루는 수만 개의 자이로 밴드(야광 LED 팔찌)를 비롯해 폭죽, 불기둥, 꽃종이, 대형 풍선 등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콜드플레이는 메인 무대 외에도 스탠딩 구역 중간, 스탠드 지정석에 근접한 지점에 무대를 추가해 연신 관객 품을 들락거렸다. 초반 ‘에브리 티어드롭 이스 어 워터폴’을 연주하며 태극기를 펼쳐 보인 마틴은 내내 태극기를 뒤춤에 찌른 채 공연을 펼쳤다. 막바지에는 홀로 어쿠스틱기타를 치며 “한국에 와서 행복하다”는 내용의 즉흥곡 ‘사우스 코리아 송’을 들려줬다. 대단원 뒤에는 무대에 태극기를 깔고는 입을 맞췄다.

콜드플레이가 무대를 떠난 뒤에도 관객들은 남아 ‘비바 라 비다’의 후렴 부분을 노래하며 여운을 추슬렀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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