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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만 되면 꾸벅꾸벅 조는 김 부장… 유전자 때문일지도 몰라요

봄만 되면 꾸벅꾸벅 조는 김 부장… 유전자 때문일지도 몰라요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7-04-11 18:14
업데이트 2017-04-11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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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잠의 비밀’ 풀 논문 잇따라

‘FABP7’ 유전자 없는 사람이 더 숙면
생체시계 유전자 ‘CRY1’ 돌연변이 땐 수면 장애 발생… 수면 패턴도 불규칙
“불면증, 유전자 치료로 고칠 날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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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부터 아침까지 변화하는 잠의 단계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수면곡선이다. 6시간 이상 잠을 자더라도 깊은 잠이 드는 서파수면 단계인 3~4단계 수면 상태는 그리 길지 않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사람들은 얕은 수면과 REM 수면 상태만 반복되거나 잠이 어렴풋이 들거나 깬 ‘잠결’(Brief Awakening) 상태가 자주 나타난다. 위키피디아 RazerM 제공
자정부터 아침까지 변화하는 잠의 단계를 보여주는 일반적인 수면곡선이다. 6시간 이상 잠을 자더라도 깊은 잠이 드는 서파수면 단계인 3~4단계 수면 상태는 그리 길지 않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는 사람들은 얕은 수면과 REM 수면 상태만 반복되거나 잠이 어렴풋이 들거나 깬 ‘잠결’(Brief Awakening) 상태가 자주 나타난다.
위키피디아 RazerM 제공
햇살이 따뜻한 봄이면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쏟아지는 춘곤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춘곤증은 환경변화로 인한 신체 적응과정이다. 이 때문에 1~2주 정도 지나면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간혹 한 달 이상 지속되는 이들도 있다.

다양한 요인의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과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불면증 환자는 400만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은 불면증이 1년 이상 지속돼 수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고 한다.

잠은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데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고갈된 신경전달물질을 보충해 활발한 뇌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뇌과학의 발달은 잠이 우리 몸과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많이 알려줬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 때문에 “만약 잠이 우리 몸에 정말로 중요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면 진화가 만들어 낸 가장 큰 실수”라고 말하는 생물학자들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잠의 비밀을 풀어낼 단초를 제공하는 논문들이 잇따라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 공동연구진은 포유류의 뇌에 있는 ‘제7형 지방산 결합 단백질’(FABP7)이 수면의 질을 결정한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5일자에 발표했다. 연구에는 미국 워싱턴주립대 의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위스콘신 매디슨대, 일본 이화학연구소(리켄) 뇌과학연구소, 시가대 의대, 도호쿠대 의대 연구진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FABP7 유전자를 제거한 생쥐와 일반 생쥐의 수면 패턴을 비교해 본 결과 FABP7 유전자가 없는 생쥐들이 훨씬 숙면을 취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FABP7 유전자가 사람의 숙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 지방의 한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성인 남성 310명의 수면패턴과 DNA 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FABP7이 부족하거나 손상된 사람이 깊은 잠을 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현상은 초파리 실험에서도 확인됐다.

또 미국 록펠러대, 코넬대 의대, 터키 빌켄트대 공동연구진은 생체시계 유전자인 ‘CRY1’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수면 장애가 발생하거나 수면 패턴이 바뀐다는 연구 결과를 세계적 권위의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 6일자에 발표했다. 새벽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올빼미형 인간’의 수면패턴과 DNA를 분석한 결과 이는 일종의 수면 지연장애로 판단했다.

연구팀이 터키인 6개 가구의 수면패턴을 분석한 결과 올빼미형 인간들은 CRY1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해 있어 늦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고 수면패턴도 불규칙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제이슨 가트너 워싱턴주립대 의대 교수는 “잠은 진화 과정에서 동물의 유전자에 새겨진 일종의 문양으로, 이번 연구를 통해 모든 종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수면 메커니즘이 있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며 “심한 불면증 환자를 유전자 치료로 고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영 록펠러대 유전학 교수는 “유전적 문제가 있다고 해서 수면 패턴을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불규칙한 수면 패턴과 습관을 바꾸려는 노력과 잠자리 환경을 개선한다면 수면 문제를 일정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7-04-1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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