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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녹조 논쟁, 과학적 접근만이 해결책이다/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녹조 논쟁, 과학적 접근만이 해결책이다/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류찬희 기자
입력 2017-03-29 17:48
업데이트 2017-03-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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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류찬희 경제정책부 선임기자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오르고 있다. 일조량이 늘어나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벌써부터 녹조 걱정이 앞선다. 녹조 발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물에 인, 질소와 같은 영양염류의 농도가 증가하는 부영양화가 주범으로 알려졌다. 녹조가 발생하면 녹조류의 산소 소비가 늘어나고 독성물질이 많이 분비된다. 이 과정에서 어패류의 아가미 폐쇄가 일어나 악취가 발생하기도 한다.

녹조 현상은 기온 상승은 물론 물 흐름과 밀접하다. 가뭄에 폭염이 계속되면 녹조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온이 섭씨 25도 이상으로 유지되고 일조량이 많아지면 수중에 영양분이 과다하게 공급되고, 녹조류와 플랑크톤이 부쩍 늘어난다. 최근 몇 해 동안 녹조 현상이 심각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녹조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심각한 녹조는 수중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녹조가 짙어지면 수중으로 들어가는 햇빛이 차단되고 산소가 들어가지 못해 용존산소량이 줄어들고 결국 수중생물이 살지 못한다. 녹조가 심한 곳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도 바로 용존산소량 부족 때문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것은 녹조 확산 자체보다 녹조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인 듯싶다. 올해도 예외 없이 녹조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 흐름이 느리면 녹조 현상이 짙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녹조 피해가 컸던 것도 강물의 속도가 느려지고 폭염에 장마가 짧아져 물의 양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 괴어 있는 물에서 녹조가 많이 발생한다.

4대강 사업 이후 주요 하천에 보가 설치됐다. 환경론자들은 녹조가 심각하게 발생하는 원인이 4대강에 설치된 보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보가 유속을 느리게 했기 때문에 녹조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은 그래서 일리가 있다.

결국 정부는 댐-보-저수지를 연계 운영한다고 밝혔다. 발전이나 수계 수량 조절용으만 방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두었던 물을 한꺼번에 방류, 하천의 물 흐름을 빠르게 조정하는 방법으로 녹조를 줄여 보겠다는 것이다. 보나 댐을 건설해 유속이 느려져 녹조가 발생했다는 환경론자들의 비판을 일단 받아들인 셈이다.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해 녹조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녹조 발생의 원인을 모두 4대강 사업 탓으로만 돌리는 주장도 모순이지 않은가 싶다. 강이 메말라 수량이 적으면 건천화돼 수질 오염은 더 심각해진다. 물이 적은 상태에서 지상 오염원이 강으로 유입되면서 인이나 질소 농도가 짙어진다. 유속을 빠르게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지상 오염원 차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효과적으로 녹조를 줄일 수 있다. 인과 질소 유입 원인만 차단하면 녹조는 크게 줄어든다.

동시에 녹조를 줄이기 위한 과학적 접근이 절실하다. 녹조 현상의 원인 규명은 과학자들의 객관적인 연구와 양심에 맡겨야 한다. 정치적 공격이나 이념 대립을 내세워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유관 부처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녹조 대책팀을 만들어 발생 원인을 찾고 해결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chani@seoul.co.kr
2017-03-3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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