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간위의 집’으로 3년 만에 국내 복귀…절절한 모성애 연기

3년 만에 영화 ’시간위의 집’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는 배우 김윤진. <br>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연합뉴스
배우 김윤진(44)이 3년 만에 영화 ‘시간위의 집’으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한국영화에 출연하는 것은 2014년 ‘국제시장’ 이후 처음이다. 김윤진은 그동안 미국에서 ABC드라마 ‘미스트리스’ 시리즈(1∼4)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윤진은 그동안 한국 활동에 무척 목말라 있었던 듯했다.

“작년 봄 미국에서 ‘미스트리스’ 4번째 시즌을 촬영할 때 ‘시간위의 집’ 대본을 받았어요. 그때 단숨에 읽고는 ‘한국에도 이런 시나리오가 있었네’라고 생각했죠. 한국영화에서 여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배우로 결정 날까 봐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죠.”

‘시간위의 집’은 한 가정집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계기로 집과 가족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내는 스릴러 영화다. 베네수엘라 영화 ‘하우스 오브 디 엔드 타임스’를 한국식으로 리메이크했다.
3년 만에 영화 ’시간위의 집’으로 국내 관객과 만나는 배우 김윤진. <br>페퍼민트앤컴퍼니 제공=연합뉴스
김윤진은 남편과 아들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25년의 수감생활 후 집으로 돌아와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서는 가정주부 미희 역을 맡았다. 그는 젊은 미희와 나이 든 미희를 오가며 극을 혼자 이끌다시피 한다.

“나이 든 미희가 후두암에 걸린 설정은 제 아이디어였어요. 25년 전 충격적인 사건을 겪었고, 눈앞에서 아들이 사라진 순간을 매일 생각하며 살았을 미희를 상상해봤어요. 젊은 미희와 나이 든 미희의 차이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죠. 쉰 목소리로 연기하는 게 어려웠어요. 실제로 후두암에 걸린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듣기도 했죠. 그러나 목소리에 집중하면 감정이입이 안되고, 감정에 이입하면 제 본래 목소리가 튀어나오니까, 결국 감정에 몰입하고 목소리는 후시 녹음을 하는 방법을 택했죠.”

김윤진은 ‘국제시장’(2014), ‘이웃사람’(2012), ‘하모니’(2010), ‘세븐데이즈’(2007) 등에서 다양한 모성애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누구나 공감하는 모성애는 극적인 내용을 전달할 때 좋은 무기가 되는 것 같다”면서 “캐릭터만 다양하다면 엄마 역도 ‘웰컴(환영)’”이라며 웃었다.

김윤진은 10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을 가 뉴욕의 예술고등학교와 보스턴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했으며 1997년부터 국내에서 TV와 영화 등 연기활동을 했다. 이후 2004년 미국 ABC방송 드라마 시리즈 ‘로스트’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로 활동 폭을 넓혔다.

김윤진은 “미국에서는 동양인 여자라 배역에 한계가 있다”면서 “그래서 ‘미스트리스’처럼 열린 마인드를 가진 제작진을 만나면 기회를 꽉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스트리스’에서 김윤진이 맡은 정신과 의사 카렌 킴도 원래는 백인 역할이었지만, 제작진은 ‘굳이 백인일 필요가 있나’라며 김윤진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톰 크루즈처럼 세계적인 배우가 아니면 다 오디션을 봐야 해요. 저는 오디션 몇 번 만에 드라마에 주연급으로 출연한 운이 좋은 경우죠. ‘시간위의 집’이 잘되면 다시 미국으로 가서 오디션을 봐야죠. 그래도 오디션은 항상 어려운 것 같아요.”

‘시간위의 집’에서 김윤진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운명을 바꾸려 애쓴다. 영화처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 있는지 물었다.

“여자는 30대 초반에 가장 빛나는 것 같아요. 미적으로 가장 자신 있고, 어느 정도 지식을 쌓아서 제 두 다리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제가 알고 있는 경험이나 지식, 노하우를 가지고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면 돌아가지 않을래요. 하하”

한국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다 챙겨본다는 김윤진은 기회가 된다면 매년 한편씩 영화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앞으로 진짜 얄미운 역할이나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한국영화에서 본 여성 악역 캐릭터 가운데 ‘차이나타운’‘(2014)의 김혜수씨 캐릭터가 최고인 것 같아요. 제가 김혜수씨 뒤를 잇지 않을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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