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개봉하는 ‘미스 슬로운’은 제시카 채스테인의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그만큼 채스테인이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또래보다 비교적 늦은 27세에 데뷔해 연기 경력이 불과 13년밖에 되지 않지만 ‘제로 다크 서티’, ‘인터스텔라’, ‘마션’ 등을 통해 최고의 존재감을 발산해 온 채스테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채스테인에게 빠져드는 팬이 크게 늘어날 것 같다.
영화 ‘미스 슬로운’
‘미스 슬로운’은 미국 워싱턴DC 정가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로비 전쟁을 그린 정치 스릴러다. 한국에서는 합법 영역이 아닌 로비스트 이야기가 낯설 수 있겠으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법정 드라마에 가까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한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의원들이 표를 뺏고 뺏기는 과정들이 첩보전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채스테인은 승률 100%를 뽐내는 신화적인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로운을 열연한다.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이길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고 말하는 그녀는 상대의 허를 찌르는 치밀한 전략과 탁월한 추진력, 자기편도 희생시키는 냉정함을 두루 갖춰 모두가 적으로 돌리기를 두려워하는 캐릭터다. 하루 16시간 일하고,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도 깨어 있는 동안은 정신을 맑게 하려고 각성제까지 복용한다.

평소 총기 규제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던 그녀이지만 회사는 총기 규제 법안을 반대하는 측으로부터 일감을 따온다. 그러한 그녀 앞에 총기 규제 법안을 지지하는 회사의 대표 슈미트(마크 스트롱)가 나타나 “신념 있는 로비스트는 승리에만 연연하지 않는다”며 손을 내밀고, 슬로운은 편을 바꿔 막강한 자금력을 지닌 총기 옹호 측에 맞서게 된다. 슬로운이 회사 동료들에게 이직을 제안하는 장면은 톰 크루즈 주연의 ‘제리 맥과이어’를 떠올리게 하는데, 때마침 “제리 맥과이어라도 찍냐”는 대사가 튀어나와 웃음을 주기도 한다. 슬로운은 첫 장면에서부터 관객에게 선전포고한다. “(로비에서 승리하려면) 상대보다 한발 앞서서 회심의 한 방을 먼저 날려야 해요. 상대를 놀라게 만들되 상대에게 놀라선 안 돼요.” 막판 반전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채스테인의 로비가 제대로 먹혀든 셈이다.

영화에서는 미국의 수정헌법 2조와 5조가 부연 설명 없이 자주 언급된다. 2조는 총기를 휴대할 권리를, 5조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 등을 규정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의 존 매든 감독이 연출했다.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