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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그날처럼… 부모는 오열했다

참사 그날처럼… 부모는 오열했다

입력 2017-03-23 18:22
업데이트 2017-03-23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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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 5시 세월호 8.5m 인양, 오늘까지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

“하루 만에 올라올 것을 왜 이제…”
미수습 9명 가족 눈물·망연자실
무참히 긁히고 녹슨 세월호
무참히 긁히고 녹슨 세월호 침몰한 지 1073일 만인 23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선체 일부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곳곳에 녹이 슨 세월호와 양 옆의 재킹 바지선 사이에 선체 견인을 위한 와이어들이 연결돼 있다.
연합뉴스
“슬프다는 말로는 표현 안 됩니다. 저 녹슨 배 안에 내 자식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23일 전남 진도군 동거차도 앞바다, 세월호에서 1.7㎞ 떨어진 곳. 이곳에서 미수습자 허다윤(단원고)양의 어머니 박은미(48)씨는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1073일 만에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는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을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로 돌려놓았다. 일부는 오열했고, 몇몇은 넋을 잃은 채 녹슨 세월호의 모습만 바라봤다.

가족들은 인양이 진행되는 동거차도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가족들은 이날 새벽 3시 45분쯤 선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술렁였다. 이후 5시 37분쯤 TV 화면에 선체가 나오자 미수습자 조은화(단원고)양의 어머니 이금희(48)씨를 포함해 배 위에 있던 가족들은 오열했다.

동거차도 보통굴산 중턱에 천막을 치고 3년을 기다린 유가족들은 슬픔과 함께 허탈함이 밀려온다고 했다. “이렇게 하루 만에 올라올 것을….” 세월호 희생자 김민정양의 아버지 김병준씨는 말끝을 흐렸다. 동거차도 주민인 임모(51)씨도 “이렇게 쉽게 끌어 올릴 걸 그간 왜 세월호를 물속에 두고 가족과 국민을 힘들게 했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이 탄핵돼서야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유가족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것이 사회 분열을 조장하는 것처럼 대하던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 임요한(단원고)군의 아버지 임온유(55)씨는 “이제 다른 분란이나 의혹 없이 선체가 온전히 인양되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고 정동수(단원고)군의 아버지이자 세월호가족협의회 선체인양분과장인 정성욱씨는 “세월호 선체가 완전히 인양되고 목포신항까지 세월호를 이동시킬 반잠수정에 고정시킬 때까지 이곳에서 세월호 인양 작업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들은 2014년 가을부터 일주일에 3명씩 돌아가며 세월호 침몰 해역을 지켰다.

이날은 유독 날씨가 맑아 세월호 선체를 들어 올리는 재킹 바지선과 그 위를 걸어다니며 작업하는 인부들의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팽목항도 미수습자 가족들과 추모객들의 눈물로 얼룩졌다. 미수습자인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어머니 남상옥(84)씨는 이날 오전 분향소를 찾아 연신 “아들아”를 외쳤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에게 벗어 주고 ‘갑판으로 나오라’고 외치며 배 안으로 제자들을 구하러 간 게 양 교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세월호 인양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미수습자들을 모두 찾고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반드시 밝혀내 다시는 우리 같은 부모들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현재 세월호는 수면 위 8.5m까지 상승했다. 수면 위로 선체가 보이기 시작한 뒤 한때 선체와 인양줄이 부딪치면서 균형이 흐트러지는 간섭 현상이 발생해 작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목포신항으로 선체를 싣고 갈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를 옮기기 위해서는 선박을 수면 위 13m 높이까지 올려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소조기가 끝나는 24일까지 세월호를 반잠수식 선박에 선적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진도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2017-03-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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