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런던 테러 한국인 부상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런던 테러 한국인 부상자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입력 2017-03-23 19:34
업데이트 2017-03-23 19:3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사고당시 웨스터민스터 다리서 관광중 “가장 끔찍한 경험…이만하기 천만다행”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22일(현지시간) 오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테러로 다친 한국인 관광객 5명 중 한 명인 김 모(69)씨는 아찔했던 순간을 기억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고 이튿날인 23일 아침 런던의 한 호텔 식당에서 만난 김 씨의 왼쪽 팔에는 깁스가 보였다.

김 씨는 다친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갑자기 뒤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니 승용차 한 대가 바퀴 한쪽을 인도에 걸친 채 달려오다가 보도 바로 옆 차로를 달리던 다른 차와 부딪혔어요. 승용차가 내게로 달려왔는데, ‘쾅’하는 소리를 듣지 못했더라면….”

웨스트민스터 다리 북단에 가까이 있던 그는 황급히 다리 난간 쪽으로 피하다가 넘어져 팔을 다쳤다.

그가 쓰러진 옆에는 다른 외국인 한 명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 씨는 “피가 낭자해 아마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사진을 찍으면서 여유로운 여행을 즐기던 김 씨로서는 평생의 경험 중 가장 끔찍했던 순간이었다.

그래도 그는 “천만다행”이라면서 이날 아침에는 전날의 충격을 어느 정도 털고 있는 듯했다.

그는 엷은 미소를 띠고 “영국은 처음인데 한국이 제일 안전한 것 같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씨의 부인은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지 오래된 남편과 함께 계획한 이번 유럽 여행을 많이 기대했었는데 “이렇게 됐다”면서도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부인은 “살면서 이렇게 많은 피를 본 건 처음”이라며 끔찍해 했다. 그러면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들보다 먼저 식당을 찾은 50대 후반의 여성 부상자 허모씨는 쇄골을 다쳐 어깨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당시 충격이 덜 가신 표정이 역력했다. 간밤에 잠을 거의 못 자고 온몸이 아픈 통증에 시달렸다.

함께 있던 남편은 사고 당시 허씨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면서 용의자가 몬 승용차에 치인 것 같다고 했다. 허 씨가 받은 충격이 엄청났음을 짐작케 했다.

허 씨의 남편은 “저는 차를 봤어요. 차가 막 인도로 오는데...”라고 한 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부인이 “지금 온몸에 멍이 들었는데 한국에 돌아가서 수술을 받을 것”이라며 “그래도 이만하긴 천만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용의자가 웨스트민스터 다리 남단에서 북단까지 승용차 한 쪽을 인도에 걸친 채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을 상대로 살육의 광란을 벌이면서 다친 40명 가운데 일부이다.

당시 한국인 관광객 일행 23명이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다가 이런 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