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의 힘을 빌려 북한의 위협을 차단하겠다며 굿을 벌인 말레이시아의 유명 주술사가 경찰에 체포될 처지가 됐다.

미신적 행동으로 나라 망신을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말레이시아는 3년 전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인도양에서 실종됐을 때도 이 주술사가 벌인 비행기 찾기 의식 때문에 국제적 조롱거리가 됐었다.

19일 말레이메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수십 년간 ‘라자 보모’(주술사의 왕)로 자칭해 온 주술사 이브라힘 맛 진은 지난 12일 조수 3명과 주술을 행하는 모습이 담긴 3분 18초 길이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은 이들이 대나무로 만든 모형 대포 5문을 바다 쪽으로 세워놓고 연신 주문을 외우고 바닷물과 코코넛 열매를 던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브라힘은 “말레이시아를 외세, 특히 북한의 위협과 공격에서 보호하기 위한 의식”이라면서 “이에 더해 북한 최고지도자(김정은)의 마음을 녹여 억류된 말레이시아인을 석방하고 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내용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튿날인 13일에도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국립 법의학연구소(IPFN)에 나타나 내외신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사한 의식을 치렀다.

이와 관련해 아시라프 와즈디 두수키 말레이시아 총리부 차관은 18일 트위터를 통해 “연방이슬람종교부(JAWI)와 경찰이 이슬람의 이미지를 훼손한 혐의로 체포 및 기소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보모’(주술사)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질 경우 말레이시아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임에도 무속신앙 전통이 뿌리 깊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브라힘은 단순히 유명해질 목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쏠리는 사건·사고마다 모습을 드러내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것이 말레이시아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이브라힘은 2014년 승객과 승무원 등 239명을 태운 말레이시아항공 MH370편이 실종됐을 때도 비슷한 의식을 치렀으며, 이로 인해 말레이시아 정부는 주술사에 실종기 수색을 의존했다는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