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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 둘러싼 불편한 사각관계…‘국제 악동’ 北의 미친 존재감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한국 둘러싼 불편한 사각관계…‘국제 악동’ 北의 미친 존재감

송혜민 기자
입력 2017-03-10 20:50
업데이트 2017-03-1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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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잇단 도발…주판알 튕기는 국제사회

버라이어티한 날들의 연속이다. 한국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그리고 북한의 관계가 정점을 향해 치닫는 형국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3국 사이에 마치 이 모든 분란을 조종하는 듯한 북한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애증 혹은 원한의 사각 관계를 연상케 하는 현 정세에는 어떤 배경이 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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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가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미국, 북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사드 배치가 본격화한 가운데 한국과 중국, 미국, 북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중 갈등의 핵심, 사드가 뭐길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남한 배치가 결정된 것은 지난해 7월이었다. 중국은 한·미 간 ‘사드 계약서’가 오고간 그때부터 갖은 보복을 가하더니, 사드의 부품 일부가 한국으로 이동하자 더욱 본격적으로 ‘돈줄’을 틀어막고 나섰고, 중국 내부에서는 반한 감정이 역대 최고치로 격해졌다.

미국 CNN은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자 한·미 간에 사드 배치 시점을 앞당기자는 합의가 있었다고 지난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는 5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4기를 발사해 갈등 수위를 한껏 높인 직후 나온 것이며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은 6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비롯해 계속되는 도발 행위는 지난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겠다는 우리의 판단에 확신을 준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따른 위협적 행동에 대비하기 위해 사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사드 배치가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물론 정권교체 시기에 들어선 국내 정치 현황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나,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이 사드 조기 배치에 뚜렷한 명분을 제공했다는 사실만큼은 반박의 여지가 없다.

●‘남의 안방’서 집안싸움 벌인 北… 국제사회 관심 분산 총력

그렇다면 사드 배치에 명분을 제공한 북한의 미사일 도발 배경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려 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남 암살은 단순한 ‘가족 싸움’이 아닌, 북한·말레이시아·중국이 복잡하게 뒤엉킨 사건으로 비화했다. ‘남의 안방’에서 집안싸움을 벌인 북한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여기에 말레이시아가 북한과의 단교를 정식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집중된 이목을 분산시키려는 심산이 작용했을 것이다.

다케사다 히데시 일본 도쿄 다쿠쇼쿠대 대학원의 특임교수이자 방위성 방위연구소의 전 총괄연구관은 NHK와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김정남 살해 사건에 쏟아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대대적인 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사드 배치를 이끈 북한의 이번 미사일 도발의 배경에서 미국에 대한 견제를 빼놓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91년 철수했던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 및 대북 선제 타격론까지 검토하는 등 강경한 대북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데다 지난 1일부터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시작되자 이에 대한 과민 반응으로 미사일을 이용했다는 것이 다케사다 교수의 분석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7일, 4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주일미군기지 타격을 위한 훈련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주일미군기지의 타격, 사드 조기 배치로 갈등이 증폭된 한·중 관계 등은 미국보다는 일본과 한국이 겪어야 할 위협에 가깝다. 결국 북한은 일본과 한국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을 인질 삼아 과격한 방어기제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中, 北에 미사일 뒤통수 맞아도… 美와 힘겨루기에 손 안잡아

오랜 시간 북한의 ‘비빌 언덕’이 돼 줬던 중국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의 방중(2월 28일~3월 4일)으로 북·중 고위급 인사 교류가 마무리된 지 이틀 만에 벌어진 북한의 과격 행보 때문에 굴욕을 면치 못했다는 평이 나온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리 부상 면담 당시 양국 간 소통 강화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 ‘북한이 중국에 미사일 발사를 사전 통보했을 수 있다’면서도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면 북한이 북·중 회담을 무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분석했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말에 빗대어 봤을 때, 북한이라는 ‘공통의 말썽쟁이’를 대해야 하는 중국과 미국은 손 한번 맞잡아 볼 법도 하지만 이미 두 국가 사이의 간극도 만만치 않다.

대만을 둘러싼 ‘하나의 중국’ 용인·불용인 논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으려는 두 국가의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북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못지않은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만들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북한의 탄도미사일 4기 중 3기가 ‘하필’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민간 어선의 피해라도 있었다면 곧장 전면전이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제사회를 둘러싼 일련의 사안들을 모두 북한 탓으로 돌리긴 어렵다. 하지만 그 모든 사안들에 북한이 공통적으로 개입돼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huimin0217@seoul.co.kr
2017-03-11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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