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골고루 나눠주기 시상…작품상 발표 번복 해프닝

영화 ‘문라이트’가 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3개상을 받았다.

‘라라랜드’도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6관왕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문라이트’는 작품상과 각색상, 남우조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문라이트’는 흑인인 배리 젱킨스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흑인 감독의 영화가 작품상을 받은 것은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2014)에 이어 두 번째다.

‘문라이트’와 ‘노예 12년’ 모두 배우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나선 작품으로, 브래드 피트는 제작자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문라이트’는 흑인 동성애자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양성과 차별의 문제를 화두로 던짐으로써 최근 인종주의 및 성소수자 차별에 대한 관심과 반 트럼프 정서가 높아진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작품상 수상자가 잘못 발표되는 그야말로 ‘영화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 마지막 수상작인 작품상 발표자로 나선 원로배우 페이 더너웨이와 워런 비티가 수상작으로 ‘라라랜드’를 호명하고, ‘라라랜드’ 제작진이 수상소감까지 발표했으나 사회자 지미 키멀이 황급히 나서 다시 봉투를 건네면서 ‘문라이트’로 수상작을 정정했다.

‘라라랜드’는 감독상, 여우주연상, 미술상, 촬영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 6개 상을 가져갔다.

‘라라랜드’는 13개 부문 14개 후보에 올라 역대 최대 수상 기록(11관왕)을 세운 ‘벤허’, ‘타이타닉’,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의 아성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으나 6관왕에 만족해야 했다.

1985년 1월생인 ‘라라랜드’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만 32세 1개월만에 감독상을 거머쥐어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그 이전까지 최연소 감독상 수상자는 영화 ‘스키피’로 1931년 11월에 열린 제4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서 수상한 노먼 터로그(1899.2.23∼1981.4.7)다. 노먼 터로그도 감독상 수상 당시 만 32세였지만, 데이미언 셔젤 감독보다 약 7개월이 더 많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작품상과 감독상 등을 두고 ‘라라랜드’와 ‘문라이트’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측됐으나, 아카데미는 두 작품에 상을 골고루 나눠줬다.

여느 해보다 수작들이 후보에 많이 올랐던 시상식에서 나머지 작품들도 골고루 상을 가져갔다.

맷 데이먼이 제작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각본상과 남우주연상 2개를 받았고, 멜 깁슨 감독이 10년 만에 연출한 ‘핵소 고지’는 음향믹싱상과 편집상 2개를 챙겼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는 음향편집상을 받았다.

아카데미가 실화 영화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화 소재 영화인 ‘히든 피겨스’와 ‘라이언’은 한 개도 수상하지 못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지난 2년간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는 2명의 흑인 배우 수상자를 냈다. 총 6명의 흑인 배우가 후보에 올라 무슬림 배우 마허셜라 알리(‘문라이트’)와 비올라 데이비스(‘펜스’)가 남녀조연상을 받았다. 역대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러 부문에서 무슬림 수상자가 있었지만, 배우로서 아카데미상을 받은 것은 마허셜라 알리가 처음이라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흑인인 배리 젱킨스 감독도 각색상과 작품상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올해 장편 다큐멘터리 상은 ‘O.J.: 메이드 인 아메리카’(에즈라 에델만 감독)가 받았다. 이 작품의 상영시간은 7시간 47분에 달해 역대 아카데미 수상작 가운데 상영시간이 가장 긴 영화로 기록됐다.

외국어영화상은 이란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 ‘세일즈맨’에 돌아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비롯해 스팅, 존 레전드 등 톱 뮤지션들이 나와 축하공연을 펼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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