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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문 닫는 식당들…중고 주방용품점 재고 산더미

줄줄이 문 닫는 식당들…중고 주방용품점 재고 산더미

입력 2017-02-27 10:20
업데이트 2017-02-2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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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AI·구제역 여파 식당 폐업 속출…“중고품 더 들일 공간도 없어”

지난 24일 오후 2시께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의 한 중고 주방용품 가게에 짐을 가득 실은 1t 트럭이 들어왔다.

트럭에는 이날 폐업한 식당에서 가져온 식탁, 의자, 그릇 등 주방용품이 가득했다.

이날 이 업체는 삼겹살집과 한식점 음식점 2곳을 철거하고 그곳에서 사용하던 주방용품 등 식당 물건을 통째로 챙겨왔다.

화물칸에서 주방기기를 창고로 옮기던 운전기사는 “물건이 많아 한 번에 싣고 올 수가 없어 5번째 왔다 갔다 한다”면서 “오전부터 쉬지 않고 일했다”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식당이 망해 가게로 들어온 중고용품은 많았지만, 반대로 새롭게 음식점을 차리려고 주방용품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1시간 한두 명꼴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있었지만 일반 가정에서 쓸 물건을 찾는 사람이었다.

그릇, 냉장고, 불판 등 식당에서 사용했던 물건을 나르는 1t 트럭은 오후에도 끊임없이 중고용품점에 들락거렸다.

3천300㎡ 규모 대형 부지에는 수백대에 이르는 싱크대, 가스레인지, 에어컨, 냉장고, 튀김기 등 주방기기들만 가득 찼다.

8년째 중고 주방용품 판매점을 운영 중인 이시종(56)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폐업 식당이 슬슬 늘어나다니 두 달 전부터는 폭증했다”면서 “들어오는 물건은 많은데 나가는 물건은 없다”며 “1년 전보다 매출이 절반 이상 급감했다”고 푸념했다.

이곳을 찾는 주요 고객은 선술집, 밥집, 고깃집 등 소규모 음식점을 차리려는 영세 자영업자다.

이씨는 “오랜 불황에 지난해 말부터 번진 AI, 구제역 파동으로 영세 치킨집, 고깃집이 줄줄이 망하면서 하루 2∼3곳 식당 폐업 작업을 해주고 있다”면서 “개업 식당이 없어 중고 주방용기가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통상 식당 개업이 늘기 시작하는 다음 달부터 매출이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더는 중고 주방기기를 들여놓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 부지 사용 월세 내기도 빠듯하다.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적자가 이어졌다.

청주 지역 10여개의 중고 주방용품 판매점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고 판매점 업주들은 폐업하는 식당이 급증했는데, 상대적으로 개업하는 영세 식당은 적어 주방용품이 겉잡을 수 없이 쌓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 84%가 1년 전보다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식당 규모가 작은 곳일수록 매출 타격이 더 심했다.

종사자가 1인인 영세한 식당은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약 40% 감소했다. 10인 이상인 식당은 이보다 적은 약 28% 매출이 줄었다.

국세청이 지난달 발간한 ‘2016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73만9천명이다.

음식점업 폐업 자영업자가 15만3천명으로, 전체의 20%에 달하며 가장 많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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