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후진 양성
이상훈 대법관(61·사법연수원 10기)이 6년의 임기를 마치고 27일 퇴임한다.이 대법관의 후임 임명 절차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여파로 사실상 보류돼 당분간 대법관 공석 사태가 불가피해졌다.
법원행정처 차장이던 2011년 양승태 전 대법관 후임으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 대법관은 이른바 ‘독수리 5형제’로 불린 박시환·김지형·김영란·이홍훈·전수안 전 대법관이 퇴임한 이후 보수색이 짙어진 대법원에서 사회적인 관심을 끈 사건을 처리할 때 이인복 전 대법관과 함께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의 목소리를 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 4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간부에 대한 유죄 확정판결 시 “정부 정책 등에 비판 의사를 표시하며 개선을 요구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냈다.
2015년 1월 내란음모·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징역 9년의 원심을 확정할 당시 내란 선동 유죄 판결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의 선동은 국지적 파괴 행위일 뿐 한 지방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이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었다.
같은 해 8월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는 ‘객관적 증거가 있다고 보이는 3억원 외에 나머지 액수까지 모두 유죄로 보는 건 타당하지 않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과 법정에서 한 진술이 정반대일 경우 객관적 자료가 없다면 법정 진술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광주제일고를 나온 이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19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육군 법무관을 마치고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연구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인천지법원장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차장을 맡는 등 재판 업무와 사법행정의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다.
서울지법 부장판사 시절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부장을 지냈고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는 언론전담 재판부를 맡아 언론에 대한 이해도 깊다.
이 대법관은 퇴임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대법관으로서 직무에 충실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고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라며 “굳이 말하자면 ‘원칙주의자’”라고 말했다.
또 “엄중한 대법관 직무를 맡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지만 바른 판결을 내리기 위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민하면서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이 대법관은 퇴임 후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활동하면서 당분간 후진 양성에 힘쓸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