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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블로그] 소득분배지표 ‘대수술’ 손발 안 맞는 관련 부처

[경제 블로그] 소득분배지표 ‘대수술’ 손발 안 맞는 관련 부처

오달란 기자
오달란 기자
입력 2017-02-26 17:40
업데이트 2017-02-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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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과세정보 반영키로 했지만 금융실명법 위반 여부 해석 두고 국세청·통계청·금융위 ‘신경전’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를 보여 주는 ‘소득분배지표’가 올해 지각변동을 겪게 됩니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15년 0.341로 2011년(0.357)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0’에 가까워질수록 소득분배가 공평한 것이니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가 줄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흙수저’, ‘헬조선’ 등 비관적인 신조어가 쏟아지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수치라는 비판이 수년째 제기됐습니다.
통계청은 이러한 지적을 받아들여 조사 방법을 바꿨습니다. 올해부터 국세청 과세 자료를 반영해 가계소득의 정확성을 높이기로 했습니다. 고소득층일수록 대면 조사에서 소득을 줄여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국세청 과세 정보는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첫 결과물이 오는 12월 가계금융복지조사로 발표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처 간 신경전이 발생했습니다. 통계청은 꾸준히 1인 가구 이상의 소득 정보를 국세청에 요구했습니다. 국세청은 1인 가구가 사실상 개인이어서 금융실명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난색을 보였습니다. 이에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죠. 금융위는 “통계청이 요구한 소득자료는 금융실명법이 금지하는 금융거래 정보가 아니므로 제공해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국세청은 통계청에 자료를 주면서도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모양입니다. 2013년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금융위에 요청했을 때 돌아온 답변은 180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실명법의 비밀보장 취지를 엄격하게 해석했습니다.

국세청은 금융실명법을 고쳐 거래 정보 제공이 가능한 예외 기관으로 통계청을 추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입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완강합니다. “이미 수차례 소득 정보는 거래 정보가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냈고 국세기본법에 과세 정보를 통계청에 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충분하다”는 겁니다. 양쪽에 끼인 통계청은 좌불안석입니다. 이미 가계소득 집계에 행정자료를 쓰겠다고 공표한 마당에 국세청과 금융위의 갈등으로 행여 자료 제공이 무산되기라도 하면 국가 통계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득분배지표는 양극화 해소 정책 방향을 좌우하는 기초 자료입니다. 세 기관은 이런 점을 명심해 서로 양보하고 도와야 할 것입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2-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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