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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위 보장 못 하겠다” “나라도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극단… 자정능력 필요

“안위 보장 못 하겠다” “나라도 아니다” 브레이크 없는 극단… 자정능력 필요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2-26 17:50
업데이트 2017-02-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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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 과열… 전문가 제언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싸고 극단으로 치닫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로 정리되는 탄핵 찬반 집회를 통해 자신들의 견해를 주창하는 차원을 넘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라는, 민주 질서를 지탱할 최후 보루마저 배격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집회에서 쏟아지는 막말에 헌재 재판관·특별검사 등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 위협까지 이어지면서 경찰은 특별신변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향을 막론하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이라고 역설한다.

지난 25일 태극기집회에 나선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과 강일원 탄핵심판 주심에 대해 “헌정 전체를 탄핵하려 한다”며 “(우리는) 당신들의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집회에선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액체 4ℓ를 소지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씨(68)가 입건됐고, 경찰은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테러 첩보를 입수해 특별경호요원을 투입했다.

또 경찰청은 헌재 재판관에 대한 신변 보호에 이어 이날부터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 등에 대해서도 주거지 및 사무실에 대해 전담 경찰관을 배치해 특별신변보호를 시작한다고 전했다. 특검은 지난 23일 경찰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한 바 있다.

지난 23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올린 최모(25)씨는 자수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수사를 받았다. 그는 “이정미만 사라지면 탄핵 기각 아니냐”는 제목 글을 통해 “이정미가 판결 전에 사라져야 한다. 나는 이제 살 만큼 살았으니 나라를 구할 수만 있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양측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도 격앙된 분위기였다. 태극기집회가 열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만난 한모(70)씨는 “취임 4주년이면 국민에게 축하를 받아야 할 날인데 혼자 유폐됐다. 언론과 고영태 일당의 농간 때문에 나라가 위태롭다”며 “탄핵은 말도 안 되고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이모(52)씨는 “오늘로 13번째 참여하는데 탄핵이 분명 인용될 거라고 생각한다. 안 되면 나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양측의 극단적 대결 양상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은 단심이며 법적으로 불복은 있을 수 없다”며 “만약 헌재 결정을 계속해서 폄훼한다면 반민주적이고 반법치주의적인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 이후에 혼란이 있을 텐데 승복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본이며, 원칙에 어긋날 정도로 과도하다면 표현이나 집회의 자유도 제한해야 한다”며 “또 헌재는 꿋꿋하고 의연하게 사태를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헌재 결정 이후 곧바로 이어지는 대선 레이스에서 각 후보들이 탄핵 찬반이나 성향에 따라 선전 선동을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나 시민사회의 자정능력이 발휘돼 청사진 없는 선전 선동에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탄핵 결정에 승복할 사람은 집회 참가자가 아니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이며 그걸로 끝이다”며 “불복하는 사람들이 어디로 갈지 모르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다만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면 엄격하게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7-02-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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