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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사드보복’ 파상 공세…韓업체 “아찔아찔 합니다”

中 ‘사드보복’ 파상 공세…韓업체 “아찔아찔 합니다”

입력 2017-02-23 09:30
업데이트 2017-02-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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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임박한 가운데, 최근 중국 언론들이 연일 “사드가 배치되면 한국 기업이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식의 협박성 보도를 쏟아내면서 중국 사업이 활발한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사드 부지 제공’ 당사자인 롯데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연 3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수 조 원대의 대형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인 매출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면세점업계나 약 20년 동안 중국에서 대대적 사업을 벌여온 이랜드 등도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 롯데, 中서 연 3조2천억 매출·2만여 명 근무…‘소비자의 날’ 동향 촉각

롯데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하는 이사회 결의를 앞두고 중국 언론들의 ‘롯데 때리기’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사평에서 “롯데가 입장을 바꿀 수 없다면 중국을 떠나야 한다”며 “롯데의 면세점 수입을 비롯한 영업 전망이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롯데그룹이) 지역 관계를 격화시킬 수 있는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롯데가 중국인을 상대로, 또는 중국 현지에서 벌이는 사업 규모를 고려하면 중국 언론의 이런 압박을 ‘엄포’나 ‘허풍’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에 따르면 1994년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유통·화학·관광 등의 업종에서 롯데 계열사의 중국 시장 진출이 이어졌다. 그 결과 현재 24개 계열사가 중국에서 사업 중이고, 현지에 모두 2만여 명에 이르는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유통의 경우 현지에서 수 천억 원의 적자를 내며 ‘쓴맛’도 봤지만, 아직 중국 내 약 120개 점포(백화점 5개·마트 99개·슈퍼 16개)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현재 12개 점, 90여 개 상영관을 운영하고 있고, 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도 모두 중국 내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이들 유통·제과·화학 등 계열사의 중국 현지 매출은 한 해 약 3조2천억 원에 이른다.

중국에서 롯데가 추진하는 쇼핑·레저 기능을 결합한 복합단지, 복합몰 건설 프로젝트도 사드 논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 인허가 과정이 까다로운데, 중국 당국이 고의로 규제에 나설 경우 추진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롯데자산개발 등은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중국 청두(成都)에 연면적 57만㎡ 규모의 복합상업단지 ‘롯데월드 청두’를 짓고 있고, 선양(瀋陽)에서도 테마파크(롯데월드 선양)·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을 모아 ‘롯데타운’을 건설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이번 겨울 들어 롯데월드 선양 공사가 중단된 것을 두고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중국 당국이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고 중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 형태로만 반발해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고 걱정했다.

롯데는 실제로 다음 달 15일 열리는 중국 ‘소비자의 날’ 행사를 전후로 현지에서 어떤 형태로든 롯데와 관련된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 면세점 작년 매출 80% 유커 덕…‘20년 중국 현지화’ 이랜드도 긴장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본격적으로 한국행 관광객을 제한할 경우, 가장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는 업종은 면세점이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시내면세점 매출 가운데 무려 80%가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왔다.

예를 들어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 본점은 작년에 무려 3조1천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2조6천억 원 정도가 유커 덕분이라는 얘기다.

내국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공항 면세점까지 더해도, 지난해 전체 롯데면세점 매출의 중국 의존도는 70%에 이른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역시 지난해 매출의 80% 이상이 중국인 구매에 따른 것이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사드 여파가 뚜렷하지 않지만, 최종 배치가 결정되거나 실제로 배치가 이뤄진 뒤 상황이 어떻게 급변할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지난달 유커 매출이 작년 1월보다 20% 이상 늘었다”며 “아직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분위기는 아니나, 중국 언론의 ‘사드 보복’ 언급을 접할 때마다 아찔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1994년 상하이(上海)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래 23년 동안 중국 사업을 키워온 이랜드도 최근 상황에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랜드는 현재 패션 부문에서만 중국에서 스파오(SPAO)·미쏘(MIXXO)·슈펜(SHOOPEN) 등 44개 브랜드의 7천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진출한 유통 부문까지 더해 중국 현지 한 해 매출은 무려 2조7천억 원에 이른다. 아직 대부분의 중국 매출은 패션 부문에서 나오는데, 현재 국내 이랜드의 패션 매출(2조 원)과 비교해 중국 매출이 훨씬 더 큰 셈이다.

사드와 관련된 중국 내 반한 감정 등과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 중국’ 법인은 그동안 전체 직원 3만 명의 대부분을 중국 현지인으로 채용하고,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했기 때문에 중국 안에서는 이랜드를 중국 기업으로 아는 소비자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워낙 사안이 민감한 만큼, 중국 현지 소비자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자본의 투자가 절실한 기업들 입장에서도 사드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미 SK플래닛의 경우, 지난해 추진한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에 대한 1조3천억원 투자 유치가 최근 난항을 겪으면서 ‘사드 영향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SK관계자는 “당초 작년 7~8월 정도면 투자유치 계약이 체결될 것 같은 분위기였으나, 예상보다 중국 측의 결정이 많이 지연되고 있다”며 “아무래도 한국의 사드 배치 등의 영향이 아닌가 짐작할 뿐”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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