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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맹’ 말레이 反北으로 돌아서나

‘비동맹’ 말레이 反北으로 돌아서나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7-02-19 22:20
업데이트 2017-02-2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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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부검 등 싸고 北서 주권 침해… 말레이 “국내법규 지켜야” 비판

일각 “양국 관계 균열 시작됐다”

김정남 암살 사건 수사 초기 북한에 대체로 우호적이던 말레이시아 정부가 19일 이번 사건의 배후에 북한이 있음을 입증하는 추가 용의자의 신원을 밝힘에 따라 사건을 조기에 봉합하려는 북한과 대립각을 세우게 됐다. 말레이시아는 남북한 등거리 외교를 중시해 온 ‘비동맹’ 국가지만 암살 사건에서 두드러진 북한의 주권 침해 행보를 계기로 ‘반(反)북’으로 돌아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누르 라시드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경찰청 부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반발과 관계없이 원칙에 따른 수사를 할 것이며 김정남 가족에게 시신 인수 우선권이 있다”고 말해 시신 인도를 요구하는 북한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다투크 세리 수브라마니암 말레이시아 보건장관도 지난 18일 “이번 암살은 말레이시아 내에서 벌어졌고 우리 정부의 부검이 진행 중인 상황이므로 북한은 말레이시아 법규를 지켜야 한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는 강철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가 17일 밤 돌발 기자회견을 열고 “말레이시아가 부당한 세력들과 손잡고 고의로 시신 인도를 늦추고 있다”고 맹비난한 데 따른 반발이다. 근본적으로 북한 정부가 자국 내에서 암살단을 운영한 것은 물론 관련 절차를 무시하는 주권 침해 행위를 반복한 데 따른 불쾌감으로 풀이된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인이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도록 허용해 북한 공작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동남아 지역의 활동 거점으로 꼽힌다. 북한은 말레이시아의 고무·팜오일 등을 수입하고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철광석·아연 등을 수입하는 등 양국 교역 규모도 520만 달러(60여억원·2015년 기준)에 이른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0월 비공식 북·미 회담의 장소를 제공할 정도로 북한으로서는 동남아의 생명줄과도 같은 국가지만 최근 북한에 비판적인 기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관계 경색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는 북한의 일방적 손해로 귀결된다.

외교부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이던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면서 이미 양국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우리 정부는 말레이시아와 군사적 차원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소말리아 해역을 감시하는 해군 청해부대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해군과 연합훈련을 했고, 사관생도 교류를 비롯한 각종 군사협력도 활발한 편이다.

하지만 화교 자본이 국가 경제를 지배하는 말레이시아는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대북 접근법에 중국의 입장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중국이 ‘북한산 석탄 전면 수입 중지’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으면서 말레이시아가 이에 보조를 맞춘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쿠알라룸푸르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7-02-2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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