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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골드만삭스, 그리고 AI 파도/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골드만삭스, 그리고 AI 파도/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2-17 17:52
업데이트 2017-02-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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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3분기 실적을 기억하는가. 매출 81억 7000만 달러, 순익 20억 9000만 달러, 전년 대비 매출은 19%, 순익은 46% 증가한 서프라이즈 실적을. 좋은 실적이 가능했던 것은 골드만삭스가 주식, 채권, 외환, 기타 금융상품을 고객 대신 사고판 트레이딩 매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온 트레이딩의 주역은 누구일까. 정답은 인공지능(AI)이다.
2000년 골드만삭스의 뉴욕 본사에 주식 등을 사고파는 트레이더는 무려 600명 있었다. 2017년 현재는 단 2명. 연간 39조원 매출의 골드만삭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오는 4월 승격하는 마티 차베스는 지난 1월 하버드대학의 응용계산과학연구소에서 개최된 CSE 심포지엄에서 충격적인 내부 정보를 공개했다. 차베스는 “빈자리를 메운 것은 200명의 컴퓨터엔지니어에 의해 운용되는 자동 주식 프로그램”이라고 밝혔다. 차베스에 따르면 주식 거래뿐 아니라 외환 거래 등에서도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시대의 조류를 이끄는 리딩 컴퍼니답게 AI에 인간의 일자리를 서슴없이 맡기고 있다. 인간 트레이더가 실적을 올리려 무리한 베팅을 해서 적자를 내거나 하는 실수를 무수한 반복학습, 즉 딥러닝에 의해 수억개 이상의 거래를 통달한 AI는 여간해선 저지르지 않는다. 실적이 좋고 실수 없이 냉철한 AI가 인간을 밀어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10년 ‘컴퓨터가 일을 빼앗는다’란 책을 내놓은 아라이 노리코 일본 국립정보학연구소 교수는 주간지 슈칸신초의 2월 2일자 기고에서 AI가 기승을 부려도 고도의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필요로 하고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노동과 AI가 할 수 없지만 낮은 임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노동만이 인간에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존재하는 일 전체에서 중간 부분을 AI한테 빼앗기고 인간이 맡는 노동은 위아래로 양극화될 것”이라면서 “저출산임에도 불구하고 실업과 일손 부족이 동시에 일어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보너스를 포함해 50만 달러 정도. 발생하는 보수의 75%를 ‘한 줌도 안 되는’ 고액 연봉자가 가져가는 것은 월스트리트에선 상식이다. 게다가 자동화, AI에 의한 인원 감축으로 1인당 보수가 상승하고 이익을 나눌 사람이 줄어들면 고위 관리직은 더 고액을 쥐게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앉힌 골드만삭스의 2인자 게리 콘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2014년 기준 2200만 달러(253억원)의 연봉을 챙겼다. AI가 보수의 양극화도 촉진하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어떤가. 호시탐탐 당신의 일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AI의 거센 파도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2-1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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