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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어린이 책] 소통보다 통제하는 아빠들, 이 책 보면 반성할걸요

[이주의 어린이 책] 소통보다 통제하는 아빠들, 이 책 보면 반성할걸요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2-10 21:12
업데이트 2017-02-10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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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100/강경수 지음·그림/시공주니어/44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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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아이와 ‘놀아 준다’고 하지만, 아이에게도 정말 그럴까. 함께 눈을 맞추고 놀기보다 ‘안 돼, 이제 그만, 하지 마’ 등의 부정어들로 아이의 행동을 제약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는 건 아닐까. 구구절절한 글귀 대신 한 방의 그림으로 이런 의심을 확신과 반성으로 이어 주는 그림책이 나왔다.

볼로냐 라가치상 수상작 ‘거짓말 같은 이야기’, ‘커다란 방귀’ 등으로 신선하고 다정한 감각을 부려 온 강경수 작가의 신작이다. 아이와 아빠는 10가지 상황을 맞닥뜨린다. 먼저 말을 건네는 쪽은 아빠다. 하지만 그 말은 ‘소통’이라기보다 ‘제어’와 ‘통제’에 집중된다. 우비를 쓰고 즐거워하는 아이에겐 비가 안 온다며 우비를 벗기려 든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신나 하는 아이에겐 콧물 흘린다며 “안 된다”는 말부터 건넨다. 점점 불어나는 눈 뭉치를 보면서 흥이 한창 오른 아이에겐 “이제 그만”이라며 제동을 건다.

그때마다 묵음으로 처리된 아이의 얼굴은 연신 이렇게 외친다. “왜?” ‘왜’라는 입 모양의 행진은 아이들이 끝없는 물음과 호기심으로 세상과 만나는 존재임을 각별히 일깨운다. 동시에 부모와 아이의 교감에서 ‘공감’과 ‘응답’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강압과 조급함이 우선하는 것은 아닌지 유쾌한 화법으로 돌려 말한다.

언젠가 아이의 입에서 ‘왜’라는 물음이 그치는 순간이 아이가 세상에 무감각해진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때까진 ‘왜’라는 질문이 무한대여도 좋을 테다. 선명하고 발랄한 그림 속 원색만큼, 아이가 신명나게 세상을 향한 모험을 즐기는 시간일 테니 말이다. 4세 이상.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2-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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