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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집단소송 첫 승소…“금융기관 불공정거래에 큰 경종”

증권집단소송 첫 승소…“금융기관 불공정거래에 큰 경종”

입력 2017-01-20 14:20
업데이트 2017-01-2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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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경제단체들 “12년만에 첫 판결은 아쉬워” 사실상 6심 재판…절차 간소화 등 대표소송제 도입 필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한 증권집단소송에서 투자자들이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20일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앞으로 금융회사들이 불공정거래를 못 하게 큰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소액 투자자들이 금융회사의 주가조작, 내부자거래 등 불공정거래로 피해를 보면 막대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도이치은행으로 하여금 주가연계증권(ELS) 사건과 관련 집단소송을 한 김모씨 등 대표 6명에게 85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25%의 손실을 본 투자자 모두가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증권집단소송제는 피해를 본 투자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동일한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들도 똑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자본시장에서 기업들의 불공정거래로 소액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은데 이번 판결이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ELS의 경우 복잡한 구조의 상품이라서 일반 투자자가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금융회사의 부당행위에 엄벌을 가해야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번 판결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부당행위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보게 되면 금융회사가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만시지탄이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집단소송 제도가 도입된 지 12년만에야 첫 승소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금융 소비자·시민단체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애초 도입 취지와 달리 소송 시간이 길고 요건도 까다롭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런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현재 법무법인 한 곳당 3년간 3건 이내에서 증권집단소송을 진행하도록 하고 원고의 ‘집단’을 구성하는 요소도 까다롭다.

또 본안 판결에 들어가기 전 집단소송이 적합한가를 가리기 위해 별도의 3심을 거쳐야 해 증권집단소송이 사실상 ‘6심’ 재판이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법무법인 한누리 외에는 증권집단소송을 추진하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

김 소장은 “제도 도입 당시 집단소송제도로 마치 기업 경영시스템이 붕괴할 것처럼 반대해 남소(濫訴) 방지장치가 많이 들어갔고, 결국 10년 넘게 지나서야 판결이 나오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소 방지장치가 완화돼야 하고 소송 실무 절차도 개선해야 한다”며 “적어도 본안 전 심사 단계 1심에서 적합하다는 판결이 나오면 항소가 나오더라도 본안 소송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국장도 “기업을 상대로 한 불공정거래 관련 소송시 보통 3~4년씩 걸리다 보니 소액주주가 신속하게 회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대표소송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도이치은행 판결에 이어 다음에는 캐나다왕립은행(RBC·로얄뱅크오브캐나다) 주주들이 신청한 집단소송이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왕립은행의 ELS 상품 투자자들은 이 은행을 상대로 증권집단소송을 냈으며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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