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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30억 날렸다…반구대암각화 물막이 공사 실패

‘혈세’ 30억 날렸다…반구대암각화 물막이 공사 실패

입력 2017-01-19 10:04
업데이트 2017-01-1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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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정부 시방서 따라 설계해 손해배상도 못 받아”

실패로 끝난 반구대암각화 임시 물막이 모형실험에 혈세 30억원이 투입됐으나, 손해배상 책임을 지울 곳이 없어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

울산시는 임시 물막이 기본설계 용역업체인 P사와 H사 등에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위해 법률 검토를 했으나 이들에게 배상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9일 밝혔다.

또 이 사업이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지자체 등이 업무협약(MOU)을 맺어 정책적으로 추진했고 모형실험 단계에서 중단해 정부나 지자체에도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결론적으로 암각화 보존을 위한 임시 물막이 공사를 추진하면서 용역 및 기본설계비 14억원과 내부 및 외부에서의 모형실험비 16억원 등 그동안 투입된 정부와 지방예산 30억원을 날리게 된 것이다.

예산은 문화재청이 70%, 울산시와 울주군이 각각 15%씩 분담했다.

시는 기본설계 용역업체인 P사(건축)와 H사(토질 및 지질)에 책임을 묻기 위해 변호사 3명에게 법률 자문을 했으나 문화재청 등 정부가 이미 결정한 시방서(도면상 나타낼 수 없는 세부사항을 명시한 문서)에 따라 설계했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애초 임시 물막이 사업은 기본설계를 맡은 P사의 한 기술 고문이 제안했다. P사 등은 기본설계에 참여했고 용역비 6억1천만원을 받았다.

임시 물막이 설치 사업은 정부가 P사 기술 고문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3년 시작했다. 그해 6월 국무조정실, 문화재청, 울산시 등이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화됐다.

이 사업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수위조절 안을 내세운 문화재청과 임시제방 축조 안을 주장한 울산시가 10년 가까이 의견 대립을 벌인 끝에 절충안으로 도입됐다.

임시 물막이는 반구대암각화의 항구적 보존대책을 찾기 전까지 암각화 앞에 설치와 해체가 가능한 길이 55m, 너비 16∼18m, 높이 16m의 거대한 투명 옹벽을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임시 물막이 설치의 성공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자 문화재청은 2015년 3월 임시 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을 구성해 모형실험에 착수했다.

모형실험은 2015년 12월 1차에 이어 지난해 4월과 5월에 각각 2, 3차 등 총 3차례 진행됐는데 물이 새면서 모두 실패했다.

반구대암각화 앞 하천의 물을 막아 암각화가 물에 젖지 않도록 임시로 보존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물이 새면서 사업 자체가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자 문화재위원회는 지난해 7월 임시 물막이 사업 중단을 의결했다.

사업 초기부터 자연경관의 훼손에 대한 우려, 기술적 문제 등으로 논란이 있었으나 정부는 치밀한 검증 없이 사업을 밀어붙여 결국 세금만 날린 셈이 됐다.

시는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법리 검토 과정에서 설계업체들이 행정당국의 승인 절차를 받지 않고 모형실험 구조물 설계의 불법 하도급을 준 점을 적발해 P사는 1천350만원, 토질과 지질을 담당한 H사는 192만원 등 총 1천542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어떤 기관이나 누구에게도 손해배상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암각화 보존을 위해서는 울산시가 줄곧 주장했던 임시제방을 축조해 암각화 앞 물길을 돌리고, 정부 차원에서 울산의 물 문제를 해결해 사연댐 수위를 영구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가장 적절하다”고 밝혔다.

국보 285호인 반구대암각화는 작살 꽂힌 고래와 호랑이, 표범 등 선사시대 벽화 300여 점이 새겨진 가로 10m 세로 3m 크기의 수직 바위 면으로 1971년 발견됐다.

하류 4㎞ 지점에 울산시민의 상수원인 사연댐(1965년 축조)을 건설하면서 만수위가 되면 암각화가 연중 8개월 침수된다. 이 때문에 훼손이 심해 영구보존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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