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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조용한 장례/황성기 논설위원

[길섶에서] 조용한 장례/황성기 논설위원

황성기 기자
황성기 기자
입력 2017-01-18 22:44
업데이트 2017-01-18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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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의 부친상 소식을 다른 친구에게서 듣고는 느낀 극심한 당혹이란. 장례를 치른 뒤여서 그 친구에게 ‘위로’와 더불어 섭섭하다는 ‘유감’을 먼저 전화로 표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는 “조용히 장례를 치렀으면 한다”는 아버지의 뜻을 들려주었다. 장남인 처지에서 부친의 뜻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고 한다. 친구를 위로하는 ‘조문 모임’을 몇몇 친구들끼리 가졌다. 친구들이 모여 얼굴을 보며 슬픔을 나누고 안부도 주고받을 수 있었으니 그 또한 뜻깊었다.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만 모여, 고인을 기리는 ‘조용한 장례’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임권택 감독의 1996년 작 ‘축제’는 어촌 마을에서 벌어지는 우리 장례 풍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영화다. 5년 치매를 앓다 저세상으로 간 87세 노모 혹은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러 시골집에 모여들어 울고 웃고, 싸우고, 화해하는 인간 군상을 그린 작품인데, 기억에 남는 건 그 떠들썩한 장례였다. 40년 전 아버지의 장례를 ‘축제’ 못지않게 집에서 치렀다. 다시 시끌시끌한 장례를 치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조용한 장례에 쏠리는 마음을 느끼지만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난감하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2017-01-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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