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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금융위기만큼 얼어붙은 고용시장…“올해 더 춥다”

외환·금융위기만큼 얼어붙은 고용시장…“올해 더 춥다”

입력 2017-01-11 10:36
업데이트 2017-01-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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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중장년·청년층으로 전방위 악화…성장 선순환 구조 붕괴 우려 정부 “총력 대응” 외치지만 효과 미지수

저성장이 지속하면서 활력이 떨어진 한국경제에 고용 한파가 불어닥쳤다.

‘현재진행형’인 조선·해운 등 산업구조조정으로 중장년층은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있고, 학교를 졸업하거나 졸업을 앞둔 청년층은 좁아진 취업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돌파했고 청년층 실업률 역시 사상 최고 행진을 2년째 이어가는 등 각종 고용지표는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나 2000년대 후반 금융위기 때만큼 악화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일자리가 우리 경제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자리 예산 상반기 조기집행, 각종 세제·금융 지원 등을 통해 고용시장의 활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얼마큼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 실업자 100만명·‘그냥 쉰다’ 160만명 돌파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취업자는 2천623만5천명으로 전년보다 29만9천명 늘어났다.

작년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정부가 목표로 한 30만명에는 모자라지만 작년 말 수정 전망한 29만명은 달성했다.

경제활동인구는 2천724만7천명,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률도 60.4%로 올랐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임금근로자 중 상용근로자는 38만6천명이 늘어난 반면, 일용근로자는 8만8천명 감소했다.

언뜻 보기에는 여러 고용지표가 개선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실업률 등 일자리 사정 악화를 보여주는 지표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실업자는 101만2천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간 실업률은 3.7%로 2010년 이후 최고 수치다.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는 162만5천명으로 160만명을 넘어섰다.

◇ 속은 골병…구조조정 여파 제조업 일자리 감소세 지속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점점 강해지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조조정 여파로 인한 제조업의 추락이다.

지난해만 해도 매달 15만명 이상 늘어나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4월 증가 폭이 4만8천명으로 급감했다.

급기야 7월에는 201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 6만5천명 줄었다. 감소 폭은 매달 커져 12월에는 11만5천명까지 확대됐다.

제조업 취업자 수 감소 영향으로 광공업 취업자 수도 2012년 3월(-11만4천명) 이후 가장 감소 폭이 큰 11만명 줄어들었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한파는 주로 조선업 등 제조업이 밀집된 울산 지역을 중심으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울산 실업률은 4.3%로 1년 전보다 무려 1.3%포인트(p)나 상승했다.

울산 지역은 실업률은 2015년 12월 이후 매달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지난해 7월 이후에는 9월을 제외하고서는 모두 1.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결국, 지난해 울산 실업률은 3.8%로 금융위기 2009년 4.2%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매달 확대되는 자영업자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2015년 6월 이후 매달 감소해온 자영업자는 지난해 8월 플러스로 전환한 뒤 매달 증가 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8월 7만9천명 늘어난 자영업자는 9월 8만6천명, 10월 12만4천명, 11월 14만1천명 늘어난데 이어 12월에는 15만5천명으로 증가 폭을 더 키웠다.

얼어붙은 고용시장 탓에 실직하거나 취업을 포기한 계층이 자영업으로 몰리는 것으로 관측된다.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받은 자영업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자영업자들의 소비동향지수는 94로 9월(102)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청년 구직자 10명 중 1명은 백수…외환위기 때보다 어렵다

15∼29세 청년층 고용시장은 2년 연속 사상 최악이었다.

청년 실업률은 1년 내내 고공비행했다. 1999년 6월 통계 개편 이후 월간 청년 실업률 최고치만 열두 달 중 7차례나 새로 쓰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청년 실업률은 9.8%로, 2015년 최고 기록이던 9.2%를 1년 만에 갈아치웠다. 청년 구직자 10명 중 1명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셈이다.

남성 청년의 실업률은 10.9%, 여성은 8.8%로 남녀 모두 역대 최고치였다.

청년 고용시장이 다른 연령대보다 특히 더욱 거센 한파에 맞닥뜨린 것은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은 기미를 보이지 않고 불확실성은 커지면서 기업들이 투자로 여겨지는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전국경제인연합회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에 조사한 결과 210개 기업 중 48.6%가 신규 채용 규모가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채용하더라도 일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취업 무경험자 대신 즉시 전력감으로 쓸 수 있는 경력직 위주로 채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취업경험별로 실업자를 나눠보면 취업 무경험 실업자는 9만5천명으로 16.1%나 늘었다. 2.5% 늘어난 취업 유경험 실업자(91만7천명)보다 증가세가 가팔랐다.

청년층 대부분이 경력 없이 고등학교·대학을 졸업하고 고용시장에 뛰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이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취업 준비생까지 고려한 사실상 청년층 실업률은 더욱 높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취업 문이 좁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직을 미뤄둔 채 취업용 스펙 쌓기에 집중하는 청년층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 고용한파→소득감소→소비위축 악순환 우려…“일자리 대응에 총력”

문제는 지난해 불어닥친 고용 한파가 올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내놓은 2017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로 26만명을 제시했다.

그동안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30만명 고용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음을 시인한 셈이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이날 고용동향 발표 직후 배포한 분석 자료에서 “올해 1분기에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경제심리 위축, 구조조정 영향 확대, 내수둔화 등으로 고용여건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고용 위축은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내수 경기에 직결된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고용은 가계소득의 원천이자 경제성장의 핵심요소다.

고용 사정이 나빠지면 실업자들은 소득이 사라지니 당장 소비를 줄이려 하고 실업자가 아니더라도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 속에 지갑을 열지 않게 된다.

고용 악화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으로 이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면 전체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청년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게 문제”라며 “노동시장 악화는 전반적인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켜 소비를 위축시키고 다시 경기 상황을 하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일자리 중요성을 인식하며 총력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기재부 등 5개 경제부처 합동업무보고에서 “모든 국정운영의 중심을 일자리에 두고 예산,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라”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올해 17조원 규모의 일자리 예산의 30% 이상을 1분기에 조기집행하고 공공기관의 상반기 채용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청년 정규직 고용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여성 직업훈련 확대 등 고용 애로계층의 취업연계 노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이런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차가워진 고용시장에 얼마나 온기가 돌지는 미지수다.

성 교수는 “청년고용 문제만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고용시장이 전방위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경기 회복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이 필요한데 대선 등 정치적 일정이 있어 쉽지 않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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