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개봉한 영화 ’여교사’에 출연한 배우 김하늘. <br>외유내강 제공=연합뉴스


4일 개봉한 영화 ’여교사’에 출연한 배우 김하늘. <br>외유내강 제공=연합뉴스
영화 ‘여교사’는 배우 김하늘(40)에게 일종의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올해로 연기 경력 20년째인 중견 배우지만, 그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낯선 배역이었기 때문이다.

김하늘은 그동안 각종 작품에서 남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밝고 청순한 여주인공을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여교사’ 속 효주는 완전히 다르다. 비정규직 교사인 효주는 10년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하루하루 무미건조한 일상을 살아간다. 그나마 삶의 유일한 목표였던 정교사 자리를 모든 것을 다 가진 후배 여교사(유인영)에게 빼앗긴 뒤에는 질투에 사로잡혀 ‘나쁜 여자’로 돌변한다. 영화 속에서 김하늘은 시종일관 표정이 어둡고, 감정에는 날이 서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기분이 너무 나빠져 곧바로 덮었어요. 효주가 처한 상황이 너무 갑갑하고, 그가 느꼈을 모멸감 등이 그대로 전해져 도저히 제가 연기할 자신이 없었죠. 그런데 효주를 놓치면 오히려 더 많은 미련이 남을 것 같더라고요.”

영화 ‘여교사’가 개봉한 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하늘은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동안 저는 극 중에서 예쁘고 사랑스럽고,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는 역할만 주로 했죠. 한데, 이 영화에서는 ‘당신은 악마 같아’,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어’와 같은 말을 듣는 역할이에요. 그런 대사를 들으니까 실제로 모욕감이 들더라고요.”

김하늘은 “더 어렸을 때 이 작품이 들어왔다면 선택하지 못했을 것 같다”면서 “연기 경력이 쌓이고 연기폭도 넓어지면서 제가 표현해도 부끄럽지 않다는 자신감이 생겨 도전했다”고 말했다.

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는 고등학교를 무대로 두 여교사가 겪는 갈등을 통해 인간의 질투, 모멸감과 같은 감정이 어떤 파국에 이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김하늘은 질투, 열등감과 같은 감정의 민낯을 섬세하게 표현해내 ‘인생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극중 고교생 제자(이원근)와 베드신 연기도 펼쳤다. 단, 노출은 거의 없는 편이다. 베드신에서도 김하늘의 표정을 클로즈업으로 잡는 식이다. 효주의 감정 전달을 강조하기위해 김하늘이 건의해 노출 수위를 조절했다고 한다.

김하늘은 지난해 3월 한살 연하 사업가와 결혼했다. ‘여교사’ 촬영 당시(2014년) 김하늘은 지금의 배우자와 한창 열애 중이었다.

“저는 촬영을 하면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연기를 하지 않은 순간에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거든요. ‘여교사’를 찍을 때 다행히 제가 사랑받고 있던 시기여서 감정의 균형이 맞았던 것 같아요.”

1996년 모델로 데뷔한 김하늘은 1998년 영화 ‘바이준’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드라마 ‘피아노’(2001), ‘로망스’(2002), ‘신사의 품격’(2012)등에 출연했고 최근 막을 내린 ‘공항 가는 길’(2016)로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서도 ‘블라인드’(2011), ‘나를 잊지 말아요’(2016) 등으로 꾸준히 연기 보폭을 넓혀왔다. 특히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를 비롯해 드라마 ‘로망스’, ‘신사의 품격’ 등에서 선생님 역할을 주로 맡아 ‘국민 여교사’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동안 여러 영화에 출연했는데, ‘여교사’만큼 제가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지금 기분이 좋죠. 연기 변신을 목표로 한 적은 없지만, 스크린에서 저 역시 제가 몰랐던 낯선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새롭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좀 더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fusionjc@yna.co.kr

(끝)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인기기사
인기 클릭
Weekly Best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