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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의 빅!아이디어] 사드, 좀더 핵심적인 문제들

[이도운의 빅!아이디어] 사드, 좀더 핵심적인 문제들

이도운 기자
입력 2017-01-03 23:04
업데이트 2017-01-0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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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편집국 부국장
이도운 편집국 부국장
지난해 말 교수, 전직 고위관료, 정치인, 언론인 일행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중국 전문가들은 서른 명 가까이 됐는데, 대부분 대화의 주제를 사드에 집중하려 했다. 대외정책에 대해 중국은 당, 정부, 학계가 ‘한 얼굴, 한 목소리’(One Look, One Voice)라는 원칙을 잘 지키고 있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의 산실이라는 구미동학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중국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 사드에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다섯 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첫째, 사드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둘째, 미국은 북한의 핵 위협을 핑계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한다. 셋째, 미국은 한·중 간의 좋은 관계를 이간시키려 한다. 넷째, 한·미·일은 군사 ‘동맹’을 강화하려 한다. 다섯째, 한국의 사드 배치 공표 날짜(지난해 7월 13일)가 매우 언짢다. 중국이 남중국해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중국 영유권을 부정한) 국제중재재판소의 판정 며칠 전에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발표해 중국을 딜레마에 빠지게 했다.

이후 토론 시간에 중국 전문가들에게 말했다. “첫째와 둘째는 중국 측의 정세 분석으로 이해하겠다. 셋째와 관련해서는 토론이 필요하다. 한국은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 그러나 한·중 관계를 위해 한·미 관계를 훼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이다. 미국은 한·중 관계 개선이 한·미 관계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처럼 한·중 관계와 한·미 관계는 ‘윈윈’할 수 있다. 넷째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일본과의 군사 동맹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 과거사 문제가 계속 정치적 쟁점이 되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이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다섯째는 중국의 오해지만 우리 정부의 일처리도 매끄럽지 못했던 것 같다. 남중국해 문제의 민감성과 관련된 진행 상황을 세심히 챙기지 못한 정부의 일처리를 비판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날짜를 맞춰 중국에 상처를 줬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후 사드에 대한 토론은 좀더 심각한 국면으로도 이어졌다. 한 중국 전문가는 “한반도에서 두 번째 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그 전문가를 찾아갔다. “말이 너무 과하고 험하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전쟁 나기를 바라는 건가?”라고 따졌다. 그 전문가는 “중국도 전쟁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긴장이 고조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겠는가. 그걸 막자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몇 차례 간담회와 이어진 오찬, 만찬을 통해 한국에서는 부각되지 않았던 새로운 얘기들도 듣게 됐다. 어쩌면 그런 얘기들이 좀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중국이 미국과의 전략핵 균형 차원에서 사드를 위협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워싱턴 등 미국의 주요 도시를 겨냥한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선양군구(瀋陽軍區)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있다고 한다.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미국 영토 내에서 선양 쪽으로 쏘는 레이더는 하늘로 향한다고 한다. 따라서 선양과 가까운 한국에 전략미사일 감시용 레이더가 배치되면 미국이 군사전략적으로 큰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중국 국내 정치적인 이유다. 시진핑 주석은 부패와의 전쟁을 벌이며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군부를 장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부가 민감해하는 사드 문제에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수였지만 중국의 사드 대응은 과하다는 중국 내의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중국에서는 그런 목소리가 확산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이다. 원칙이 중요하고, 유연성도 필요하다. 몇 달 안 남은 현 정부는 아무런 해결책도 없을 것이다. 결국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누가 할 수 있을 것인가.
2017-01-0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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