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심사평] 시의성 있는 명확한 주제에 생생한 상황 묘사 돋보여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심사평] 시의성 있는 명확한 주제에 생생한 상황 묘사 돋보여

입력 2017-01-01 18:32
수정 2017-01-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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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왜 쓰는 걸까. 그 방법이나 전달의 경로, 혹은 농담(濃淡)이 문제겠지만 결국은 뭔가 자신이 할 말을 독자에게 전하기 위해서라고 우리는 말할 수밖에 없다. 돌고 돌아 결국은 주제가 문학의 핵심이고 글의 근간이라는, 아주 단순하면서 어쩔 수 없는 귀결이다.

심사위원 고정욱(왼쪽) 작가, 채인선 작가.
심사위원 고정욱(왼쪽) 작가, 채인선 작가.
예년보다 늘어난 이번 응모작들을 보면서 우리 심사위원들은 좋은 소재, 유려한 문장도 주제의 선명함을 얻지 못하면 장렬히 전사하고 만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옆집에 산다’는 어린이들이 충분히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를 선택해서 환상적인 설정으로 상상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능력이 탁월했다. 아쉬운 점은 역시 주제가 모호하고 주인공의 심리나 감정 상태가 보라색 아이에게만 맞춰져 있어서 주인공 캐릭터가 선명하게 나오지 않고 있다는 거다. 단편 모음집에 실린 작품 가운데 하나라면 모를까, 단독 작품으로 주목받기에는 약한 감이 있다.

‘유서 쓰는 날’은 약간 심각한 소재인 듯하나 그 유서가 충분히 동화적이고, 그만큼 요새 아이들이 시험이나 학습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 주고 있다. 개연성이 좀 부족하고 해프닝으로 사건을 이끌다 보니 재미있는 에피소드에서 멈춰 완결성이 떨어져 아쉬웠다.

‘누구 없어요?’는 집단주택에서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이고,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을 그렸다. 주제도 선명하며 상황 묘사도 생생하다. 다만 화장실에 갇힌 상황이 너무 지루하게 이어지는 점이 약간 아쉬웠다. 차라리 그때 가족 관계를 생각하고 이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장치나 각성의 계기가 있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하지만 주제의 시의성과 결말의 긍정적 방향이 동화로서의 근간에 충실했다는 면에서 당선작으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낙선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함께 정진을 당부한다.

심사위원 고정욱 작가, 채인선 작가
2017-01-02 4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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