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이스라엘, ‘두 국가 해법’도 사실상 거부

이스라엘, ‘두 국가 해법’도 사실상 거부

하종훈 기자
하종훈 기자
입력 2016-12-29 22:20
업데이트 2016-12-30 00:4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신·구 정권 갈등으로 확산된 ‘유대인 정착촌 건설’

“우리는 잘못된 정책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 평화 관련 연설에 “팔레스타인의 폭력보다 이스라엘의 책임만 부각시킨 편견에 가득 찬 연설”이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비판하고 있다.  예루살렘 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동 평화 관련 연설에 “팔레스타인의 폭력보다 이스라엘의 책임만 부각시킨 편견에 가득 찬 연설”이라며 심각한 표정으로 비판하고 있다.
예루살렘 EPA 연합뉴스


이미지 확대
케리 장관은 앞서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중동 평화 기본구상을 밝히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케리 장관은 앞서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중동 평화 기본구상을 밝히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인정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하자 당일 성명을 내고 이같이 반박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구한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거부하고 나선 발언이라 중동 정세에 격랑이 예상된다. 네타냐후는 “편견에 가득 찬 발언으로 안보리 결의를 폐기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노골적으로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예고해왔다.

이미지 확대
앞서 케리 장관은 이날 워싱턴 국무부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이 (지난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스라엘 정착촌 중단 결의안 표결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두 국가 해법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우경화된 의제를 옹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1993년 오슬로협정을 통해 제시된 ‘두 국가 해법’은 요르단강 서안 지구와 가자지구 등에 이슬람 교도가 주축인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를 독립국으로 인정하며 공존하자는 구상이다. 이어 유엔이 2012년 팔레스타인을 비회원 옵서버 국가로 승인하며 사실상 주권 국가로 받아들이자, 긴장한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 전쟁 당시부터 서안 지구에 건설했던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은 궁극적으로 서안 지구 대부분을 이스라엘에 병합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네타냐후는 국내에서도 극우 성향 유대인 가정당 등으로부터 서안 지구를 아예 병합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의 이날 발언은 퇴임까지 3주 남짓 남은 오바마 정부를 무시하고 두 국가 해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중동 평화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이스라엘이 우방국임에도 불구하고 정착촌 건설에 부정적이었다.

트럼프도 이스라엘을 거들고 나서면서 정착촌 건설 문제는 신구 정권 간 갈등으로 확산됐다. 트럼프는 이날도 트위터에 오바마를 겨냥해 “그의 선동적 발언을 무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순조로운 정권 이양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이 완전히 무시되고 무례하게 다뤄지도록 놔둘 수 없다. 이스라엘이여 강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중동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을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지난 16일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찬성하는 강성 유대인 출신 데이비드 프리드먼을 차기 이스라엘 대사로 지명했다. 트럼프는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공언해 예루살렘 전체가 수도라고 주장하는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줬다.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도 자국의 수도라고 주장하는 곳이라 트럼프 취임 이후 아랍권 전체에 반미 감정이 극대화될 가능성이 크다.

타마라 코프먼 위테스 브루킹스 연구소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정부의 조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뿐 아니라 이스라엘-아랍권 위기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서울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2016-12-30 18면

많이 본 뉴스

의료공백 해법, 지금 선택은?
심각한 의료공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정부와 정책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가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사회적 협의체를 만들어 대화를 시작한다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하고 대화한다
정부가 전공의 처벌 절차부터 중단한다
의료계가 사직을 유예하고 대화에 나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