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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최영미와 함께 읽는 세계의 명시] 시대가 변하고 있다

입력 2016-12-28 21:42
업데이트 2016-12-28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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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고 있다

(The Times They Are A-Changin)

-밥 딜런

사람들아 모여라

여러분이 어디를 돌아다니든

당신을 둘러싼 물결이 높아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곧 뼛속까지 흠뻑 젖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라

당신에게 시간이 소중하다면

이제 헤엄치기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은 돌처럼 가라앉을 거야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펜으로 예언을 말하는 작가와 논객들이여

눈을 크게 뜨고 있어라

기회는 다시 오지 않으니

너무 미리 말하지 마라

바퀴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으니

지금의 패자가 나중에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상원의원들, 하원의원들도 와서

대중의 요구를 잘 들어라

출입구를 막아서지 말라

집회장소를 봉쇄하지 말라

나중에 상처받을 이는

지금 문을 막아선 사람이 되리니

바깥에선 싸움이 벌어지고

점점 격렬해지고 있어.

곧 당신 집의 창문을 흔들고

벽을 두드릴 거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이 땅의 어머니와 아버지들이여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비난하지 말라

당신의 아들딸들은 이미 당신의 통제를 벗어났으며

그대들이 걸어온 옛길은 빠르게 낡아가고 있으니

도움의 손을 내밀 수 없다면

뒤로 물러나기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선이 그어지고

저주가 퍼부어지고 있다.

지금 느린 자는 나중에 빠르게 바뀌고

지금의 현재는 훗날 과거가 되리라

체제는 급속히 쇠약해지고

지금 첫째가 나중에 꼴찌가 되리라

시대가 변하고 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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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학강의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이 되면, 사람들이 내게 자주 묻는 질문이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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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최영미 시인
기다렸다는 듯이 내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 “노벨상 받을 자격이 충분하죠. 시는 원래 노래였어요. 노벨상 받았다고 서둘러 번역출판한 조잡한 시집을 사서 되지도 않는 난해한 시들을 읽는 고생을 안 하게 되었으니….” 호호 나도 웃고 사람들도 웃는다.

음유시인의 전통을 잇는 뛰어난 가수, 밥 딜런의 대표곡을 10개쯤 들었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의 원제목은 ‘Blowin’ In The Wind’이다.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나?

친구여 그 대답은 바람에 흩날리고 있네, 바람만이 알고 있네.

노래를 듣다가 가슴이 울컥해져서 끝까지 듣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1980년대가 ‘강 건너 불’이 될 수 있을까. ‘Blowin’ In The Wind’와 더불어 미국시민운동과 반전(反戰) 집회에서 애창되던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묵직한 가사가 현재 한국의 시국에 어울린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하고 몇 달 뒤인 1964년에 발매된 앨범의 타이틀곡인데, 요동치던 사회·정치 상황에 대한 발언이 강하다.

“바퀴가 아직도 돌아가고 있으니”는 의역하면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이니”가 되리라. “그대들이 걸어온 옛길”은 부모들의 삶의 방식 혹은 옛 노선을 뜻한다. 젊고 늙은 세대 간의 갈등이 60년대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였는데, 2016년 한국에서는 촛불이 오히려 세대 간의 벽을 녹였다.

베트남 전쟁은 끝났지만 미국인들은 지금도 밥 딜런을 들으며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 80년대에 어깨 겯고 부르던 노래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를 2016년 11월 광화문에서 듣는 기분은 각별했다. IT강국의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진 ‘상록수’는 옛날처럼 푸르고 떫지는 않았지만, 세대를 이어 주는 저항의 에너지에 나는 고무되었다.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DNA가 어린 학생들에게로 유전되어 함성으로, 노래로, 촛불로 타올랐다. 슬픔과 분노를 예술로 승화시켰던 광장. 시처럼 반짝였던 촛불들이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기를 빌며 새해를 맞으련다.
2016-12-2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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