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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만 빨랐더라면…” 허망하게 흘러간 골든타임

“신고만 빨랐더라면…” 허망하게 흘러간 골든타임

입력 2016-12-09 13:58
업데이트 2016-12-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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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발생 6시 25분·신고는 7시 50분, 1시간25분 허비

“(상선이) 바로 신고만 했더라면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제주 해상에서 참조기를 잡던 유자망 어선 화룡호(19t·승선원 9명)와 라이베리아 선적 상선 C호(9만6천628t)의 충돌 사고가 났던 8일 밤 인근에서 조업하던 108대영호 선장 유성기씨는 안타까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1시간 넘는 골든타임이 너무 허망하게 흘러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외국 상선 C호는 사고 당일인 8일 오후 7시 50분께 제주 해상교통관제(VTS)센터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5분 뒤 제주VTS를 경유해 사고 사실을 전파받은 제주해경은 경비함정 10척과 헬기 1대 등을 사고 해역에 보내 실종자들을 수색했고, 해군 한문식함(PKG) 1척과 인근에 있던 어선들도 수색을 도왔다.

그러나 이때는 이미 골든타임을 훨씬 넘긴 시각이었다.

해경이 C호의 항적을 역추적한 결과, 부산에서 중국을 향해 가던 C호가 오후 6시 25분께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26㎞ 해상에서 갑자기 크게 선회를 하며 멈춰 섰고 화룡호 역시 북서쪽에서 제주 방향으로 내려오던 중 같은 지점에서 멈춰 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C호가 제주VTS에 신고한 시각보다 1시간 25분 전인 오후 6시 25분께 화룡호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인근에서 조업하던 다른 어선들은 이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지점에서 5분 거리에서 조업을 하던 A어선 선장은 “사고가 나기 30분 전만 하더라도 형님(화룡호 선장)과 연락이 닿았을 때 ‘(형님이) 나 먼저 들어갈게’하고 끊은 게 마지막이었다”며 “그런데 한참 후 비상주파수에서 K호가 사고가 났다는 말이 들렸고 다시 확인해 보니 사고가 난 것은 화룡호였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우리에게) 연락만 닿았어도 직접 가서 바로 구하지 않았겠냐! 이게 제일 안타깝다”고 울먹였다.

한림수협에 마련된 사고수습대책본부에서 이 말을 듣던 선원 가족들은 일제히 오열했다.

한 가족은 “우리 식구들을 찾기 전에 (외국상선 C호를) 절대 못 보낸다. 목숨이 먼저가 아니냐”며 빨리 가족을 찾아달라고 흐느꼈다.

김봉옥 제주해양경비안전서 경비구조계장은 “외국 상선이기 때문에 말이 통하지 않았고 자체적으로 화룡호 선원을 구하던 중 신고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시간에 대해 조사하고, 동시에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화룡호에 타고 있던 9명의 선원 중 5명은 구조됐으나, 1명은 숨지고 3명은 실종된 상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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