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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 부끄러운 친일 문학상/맹문재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In&Out] 부끄러운 친일 문학상/맹문재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입력 2016-12-08 20:56
업데이트 2016-12-0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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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문재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맹문재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
친일 문학상. 이 얘기를 또 해야 하는가. 언제까지 해야 하는가. 친일 문학상을 수상하는 것은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라는 얘기를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지만 친일 문학상의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확대되고 있고, 부끄러워해야 할 심사위원들이 오히려 기세당당한 것은 물론 수상자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있으니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제정되지 않아야 하고 또 시행하고 있는 것도 폐지돼야 할 친일 문학상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권위(?)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친일파 후손들이 조상의 친일 행적을 지우기 위한 것은 물론 기득권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에 문단의 권력을 지향하는 문인들이 합세하기 때문이다.

친일 문학상에 관계한 심사위원이나 수상자가 친일 행적이 있는 작고 문인에 대해 직접적으로 옹호하거나 간접적으로 동조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문단 권력을 유지하려는 문인들이 친일 권력에 종속돼 있는 한 친일 문학상은 폐지되기 힘들고 더욱 기세를 올릴 것이다. 그렇지만 국민들로부터는 외면당한 채 그들만의 잔치에 불과할 뿐이다. 지금까지 어떤 친일 문학상 수상 작품집도 독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지 못한 것이 여실한 증거다.

친일 문학상을 옹호하는 측은 작고 문인의 공과 과를 모두 살펴봐야 한다고, 즉 그의 생애의 작은 흠결보다는 문학적 업적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성립될 수도 인정될 수도 없다.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문인의 경우를 보면 그들의 흠이 결코 작지 않으며, 설령 인간적인 차원에서 이해한다고 할지라도 그들을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문학상은 작가의 작품에 권위를 부여하는 것 이상으로 창작자에게도 독자에게도 그리고 문학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상의 경우는 개인의 삶과 역사적인 삶을 모두 살펴봐야 하는데, 친일 문학상의 경우는 해당 문인의 결격 사유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제정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더욱이 친일 문인들이 민족 앞에 진정한 사죄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용서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그런데도 친일 문인들 중에서 김동인, 노천명, 모윤숙, 서정주, 유진오, 유치진, 이무영, 이헌구, 조연현, 채만식 등의 문학상이 제정돼 있다. 근래에는 이광수와 최남선을 기리는 문학상까지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특정 문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는 일은 그의 업적을 적극적으로 문학사에 넣으려는 것이다. 결국 위인을 만드는 사업이다. 따라서 친일 문학상의 제정과 운영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친일 행적이 있는 문인을 위인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이처럼 친일 문학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과거의 역사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모순된 문제를 극복해 발전적인 미래로 나아 가려고 하는 것이다.

친일 문학상의 심사며 수상에 참여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의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이면서도 역사적인 일이다. 진정 정의의 편에 설 것인가, 불의의 편에 설 것인가. 이 선택은 결코 갈등을 불러일으킬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친일 문학상에 참여한 문인들은 대한민국의 역사가 존재하는 한 그 족적이 기록될 것이다. 이럴진대 문인들이여, 친일 문학상에 계속 참여할 것인가, 아니면 반성할 것인가.
2016-12-09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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