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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각] ‘외통수’에 걸린 한국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김경두 경제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외통수’에 걸린 한국 경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김경두 경제정책부 차장

김경두 기자
김경두 기자
입력 2016-11-28 17:48
업데이트 2016-11-2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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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두 정책뉴스부장
김경두 정책뉴스부장
최근 사적인 모임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인 적이 있다. 다들 위스콘신과 미시간을 포함한 ‘러스트 벨트’(쇠락한 미국의 중서부 공업지대)의 성공적인 공략과 ‘저학력 백인 노동자’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낸 점을 승인으로 꼽았다. 유권자들을 붙잡은 경제 공약의 참신함도 빠지지 않았다.

“자국 국민과 기업에 세금을 깎아 주고, 그로 인해 생긴 재정 결손을 동맹국들 부담으로 떠넘기는 전략은 기성 정치인들이 시도한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의견부터 “다리와 고속도로, 학교 등 공공 인프라에 대한 1조 달러 이상의 투자 공약은 재정적자 줄이기만 강조했던 기존의 정책과 다르다”는 얘기도 나왔다.

동맹국과 ‘월가’, 언론 입장에서는 황당하게 느껴지는 트럼프의 공약이 ‘샤이 트럼프’(자신의 성향을 숨겼던 트럼프 지지자)를 만들기도 했지만, 백악관으로 가는 티켓을 끊어 준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해 이 공약들을 실행에 옮길지, 이를 토대로 미국 경제의 호황을 가져올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기존 워싱턴 정가에서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발상의 전환’이 그에게 기회를 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우리 경제로 가보자. 가계빚이 어느덧 1300조원을 넘어섰다. 국민 한 사람이 약 2600만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셈인데, 4인 가구로 치면 1억원이 넘는다. 가계빚을 잡자니 대출로 떠받치는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다.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이 중 건설 투자의 기여도가 0.6%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부동산에 의존하는 ‘절름발이 경제’인 셈이다. 정부가 지난주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서 효과가 가장 확실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를 외면한 것도 역설적으로 높은 부동산 의존도에 이유가 있다.

천문학적인 가계빚은 소비를 더욱 옥죄고 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해마다 10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고 있지만 성장률 0.1~0.2% 포인트 끌어올리는 것도 힘에 부치는 상황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추경 편성에 앞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서민층에 상품권 같은 소비 쿠폰을 나눠 주고 전통시장에서 쓰도록 하는 ‘헬리콥터식 돈 풀기’도 고민해 봤지만 반대 의견이 많아 접을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시도 없이 기존 정책을 답습한 결과 옴짝달싹 못 하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만들었다.

이제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재정에서 발상의 전환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일본의 재정적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재정지출은 한 번 늘어나면 줄이는 게 어렵다”는, 웬만한 대학생이면 다 아는 얘기만 되풀이해서는 소비와 성장 절벽의 ‘외통수’에 직면한 경제의 난맥상을 풀 수 없다. 막대한 국고를 풀고도 경기를 살리지 못한 일본의 재정정책 실패 사례가 우리 정책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를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것은 넓은 범주의 ‘복지부동’이나 다름없다. 예전처럼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주는 대규모 ‘취로 사업’을 해 보든, 미국처럼 공공 인프라 건설에 나서든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을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다.

새 경제팀은 탄핵 정국 속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 당청의 간섭 없이 앞만 보고 가는 첫 경제팀이 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에 있어서는 더 나은 환경일 수 있다.

golders@seoul.co.kr
2016-11-29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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