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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광장] 나눔, ‘9988’을 지킨다/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자치광장] 나눔, ‘9988’을 지킨다/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입력 2016-11-20 23:24
업데이트 2016-11-2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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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영등포구청장
조길형 영등포구청장
‘9988하게’라는 구호가 있다. ‘99세까지 88(팔팔)하게’ 살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어르신들이 종종 언급한다. 백수(白壽)를 이야기하는 게 더는 어색하지 않은 세상이 온 것이다.

장수(長壽)의 흐름은 의료기술의 발달로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엔인구기금(UNFPA)과 인구보건협회가 발표한 ‘2016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2020년 태어나는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6세로 세계 4위, 남성은 79세로 10위에 이른다.

하지만 가난한 노인에게 늘어난 수명이 반갑지만은 않다. 노인 빈곤율이 48.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4배에 달하는 한국은 더욱 그렇다. 이를 해결하려고 정부에서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감당이 힘들어 보인다. 기초연금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올해 영등포구 내 기초연금 수령자는 2만 2000명이 넘었다. 시행 2년 만에 10%가 늘었다. 지급액도 매년 불어나 올해는 전체 세출의 10%가 넘는 510여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의 빈곤 문제를 공적부조(公的扶助)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처럼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하기보다는 민간 자원의 발굴을 통해 어르신들의 노후를 가꿔야 한다.

한 방편으로 영등포구는 지난달 어르신 전용 할인카드 ‘백세카드’를 출시했다. 어르신들이 백세까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서 백세카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카드는 65세 이상 어르신이면 누구나 발급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병원, 미용실, 안경점 등 450여개의 가맹점에서 서비스와 상품을 5~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 달 만에 발급 카드 수가 5000장을 넘길 정도로 반응도 좋다. 어르신들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생활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소비 장려활동은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현재 영등포구의 100세 어르신은 17명, 90세가 넘는 분들은 1200명 정도다.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출범 이후 영등포구는 각 동주민센터마다 분주하게 지역 자원을 활용해 복지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이 노인의 빈곤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고 한다. 그러나 정부의 해결책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온다. 결국 노인의 빈곤 문제는 우리의 일이다. 이는 민간이 활발하게 참여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르신들의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기 위해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 베푸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2016-11-21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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